줄줄이 폐업 위기
고양에서 6년째 PC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씨(45)는 최근 폐업을 고려 중이다.
최근 3개월간 판매한 PC가 단 2대에 불과할 정도로 판매량이 저조한데다 그나마 용돈 벌이라도 해주던 출장수리 요청도 눈에 띄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매장을 찾는 사람이 하루 1명도 안 될 정도로 사정이 어려워졌다.
이처럼 스마트폰이 일반 PC의 영역을 대체하면서 영세 PC판매상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판매시장은 지난해 전반기 247만대 수준에서 올 전반기 1천500만대까지 성장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3천만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올 전반기 국내 PC판매량은 265만대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4만대에 비해 20여만대 가량 감소, 2006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역시 골목상권의 영세 PC판매점들이다.
그동안 온라인 판매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수요 대부분을 잃은데다 남아있던 약간의 수요마저 스마트폰 등 신규시장에 뺏겼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도내에서만 50여곳 이상의 PC판매점이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군포의 A컴퓨터판매점은 일반 테스크탑PC 판매가 급감하자 올해 초부터 마진폭을 대폭 줄여 원가 수준에 재고 물량을 처분하고 있다. 업주는 ‘땡처리’를 한 뒤 사업장을 폐업할 생각이지만, 원가수준의 PC임에도 몇 대밖에 팔리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남양주의 B컴퓨터판매점은 최근 6개월간 단 1대의 PC도 팔리지 않자 아예 매장을 폐쇄했다. 남양주에서는 올해에만 이 업체를 포함해 4곳의 PC판매점이 문을 닫았다.
도내 한 PC판매업체 관계자는 “요즘 같은 PC판매 부진 현상은 매년 성장세를 거듭하는 국내 PC시장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메일과 웹 검색 등 일반적인 PC사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능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가능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호진기자 hj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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