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마트에 무너지는 지역경제] (2) 소비자 우롱하는 저가 마케팅
대형마트의 저가 미끼상품을 내세운 얌체 상혼에 소비자들이 우롱당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미끼상품 광고를 보고 대형마트를 찾지만 정작 준비된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 조기 품절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저가마케팅, 특가상품인가, 출혈상품인가?
주부들이 대형할인점에 갈 때마다 먼저 챙기는 것이 있다. 이번주 행사전단이다.
홈플러스는 이번주에 미국내 판매 1위 와인인 베어풋을 30% 할인판매하고 있고 롯데마트는 28일부터 일주일간 바캉스 인기 먹거리를 1만원에 판매한다.
이마트는 벨기에산 냉동삼겹살 100g당 850원에 판매 중이다. 이들 상품의 공통점은 모두 소비자가 가격대를 알고 있거나 소비자들이 즐겨찾는 상품이라는 것이다. 이는 유통업계 마케팅 담당자들의 보편적인 미끼상품 선정 기준이기도 하다.
당초 미끼상품 논란에 불씨를 지핀 것은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이었다. 일반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1만4천원에 육박하던 지난해 말 롯데마트는 저가의 통큰 치킨을 출시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롯데마트조차 통큰 치킨이 판매된 일주일간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그 전주에 비해 10%가량 많았다고 밝혔을 정도다.
대형마트 ‘통큰’·‘착한’… 저가 마케팅 경쟁
정작 준비된 물량은 적어 조기품절 일쑤
일정품목 행사기간땐 전통시장 매출 급감
하지만 치킨업계와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여론에 통큰 치킨은 일주일만에 매장에서 철수했다.
당시 워낙 사회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킨 탓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통큰 ’마케팅이 종결된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 사건은 오히려 유통업계의 로스리더 마케팅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롯데마트의 미끼상품 마케팅이 인기를 끌자 경쟁사인 홈플러스도 ‘착한’마케팅을 시작했다. 홈플러스는 생닭 1수를 1천원에 판매하는 ‘착한 생닭’상품을 통해 롯데마트의 ‘통근’에 이어 ‘착한’이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홈플러스는 현재도 두부와 콩나물 등 주부들이 좋아하는 생필품을 1년간 1천원에 판매하는 ‘착한’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마트 역시 통큰 넷북과 통큰 자전거 등을 내놓으며 ‘통큰’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하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그 비용은 상품을 납품하는 생산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물론 같은 기간 재래시장과 동일 업종 소매상의 매출이 급감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 속출하는 부작용, 소비자가 봉인가?
홈플러스는 지난해 8월 ‘오르프체 명품관’에서 평소 세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샤넬 핸드백을 할인 판매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정상가 510만원짜리 핸드백을 25% 할인된 380만원에 판다는 소식에 너도나도 오르프체 명품관을 방문했지만, 준비된 물량은 단 3개 뿐이었다.
지난 5월 홈플러스가 선보인 골프세트 ‘윌슨 딥레드 풀세트’와 ‘잭니클라우스 골든베어 풀세트’도 전형적인 미끼상품으로 꼽힌다. 홈플러스가 이 행사를 위해 준비한 골프세트는 모두 800여개. 전국에 있는 점포수를 생각하면 점포당 8세트밖에 돌아가지 않는 수량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허겁지겁 매장을 찾았다가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마트 피자는 로스리더 마케팅이 접목된 최고의 미끼상품으로 평가된다. 한 판당 1만1천500원에 판매되는 이마트 피자는 크기에 비해 상당히 낮은 가격에 판매돼 일부 매장에서는 예약순위가 100번대를 넘어가기도 한다. 결국 소비자는 피자를 주문한 뒤 물건이 나올 때까지 매장을 돌아다니며 상품을 보게 되고, 이것이 매출 상승 효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롯데마트의 통큰 넷북과 통큰 TV, 통큰 자전거 등도 전국에 풀리는 물량이 2천~3천여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전국 점포 수로 나누면 점포당 4~5대 밖에 돌아가지 않아 소비자를 농락하는 미끼상품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부 최인영씨(37·여)는 “초특가 행사를 한다는 전단지를 보고 매장에 나와보면 언제나 물건이 동나 있다”며 “결국 팔지도 않는 물건을 사러 나왔다가 쓸데 없는 것만 사들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호진기자 hjlee@ekgib.com
로스리더(미끼상품)란?
로스 리더(Loss leader). 이 말은 통상적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원래 가격보다 크게 할인해 파는 제품을 의미하는 마케팅 용어로, 우리말로는 미끼상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대형마트 상품이 싸다는 인식을 은연중에 심어 다른 상품에서 이익을 남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