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물먹은 차 소비자 발길 ‘뚝’
이번달 중고차 구매를 계획했던 이모씨(28)는 당분간 매매를 보류키로 했다. 집중호우로 침수 차량이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뒤 왠지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혹시나 침수된 차량을 잘못 사들였다가 어렵게 구입한 차량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느니 차라리 몇개월 더 걸어다니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중고차 구입을 내년까지 늦출 생각이다.
이처럼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차량이 중고차 매물로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도내 중고차매매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집중호우로 침수 차량이 속출하면서 중고차 구입을 계획했던 사람들이 중고차 구입을 미루거나 신차를 구입하는 등 즉각적인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침수차량은 수리를 해도 엔진과 전기계통에 잔고장이 많다는 인식 때문에 중고자동차매매상조차 매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중고차 구매 시 보험개발원의 사고 이력 조회를 통해 차량의 침수피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보험사까지 정보가 넘어오는데 최고 2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도내 중고차업계에 때아닌 비상이 걸렸다. 이번 집중호우로 도내에서만 3천대 이상의 차량이 침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고차 매물 폭주로 인한 시세 급락이 예상되는데다, 침수 차량이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 중고차 수요자들이 구매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남시 A중고차매매상은 이번 집중호우로 엄청난 손해를 예상하고 있다.
중고차 구매를 계획했던 고객들까지 구매를 보류하면서 매매 자체가 중단돼 결국 이 업체는 침수 차량이 매물이 나오기 전에 매장 내 차량들을 할인 판매해 처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파주시 B중고차매매상도 중고차 가격 폭락과 침수 차량으로 인한 판매 어려움 등을 우려, 당분간 중고차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품질보증제를 실시키로 했다.
향후 1년간 판매차량이 침수 차량이면 다른 차량으로 무상 교체해주기로 한 것이다.
도내 한 중고차매매상 관계자는 “침수된 차량이 수리되서 중고차 매물로 나오는데는 1개월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현재 판매되는 차량은 멀쩡한 차량들”이라며 “침수 차량은 대부분 티가 나기 때문에 구입 시 꼼꼼히 살펴보면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호진기자 hj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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