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념일 ‘태극기 대목’ 옛말

사회적 인식 변화 속 저가 중국산에 밀려 수요 해마다 급감

주문량 작년比 30%↓… 업체들 상업용 제작등 생존 안간힘

“지난 10년 동안 태극기 제작에 정성을 쏟아 왔지만, 요즘 같은 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인천지역에서 태극기 제작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51·인천 부평구 부평5동)는 요즘 매출 장부를 들춰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태극기 주문이 많아져 ‘대목’이어야 할 광복절이지만 태극기 홀대 분위기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심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전국 거리가 태극기 물결로 넘쳤던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응원의 기억도 잠시, 광복절 등 국가 기념일에도 태극기를 찾는 이들이 갈수록 줄고 있다.

 

14일 지역 태극기 제조업체들에 따르면 올해 광복절과 관련해 접수된 주문량은 지난해보다 보다 30% 정도 줄었다.

 

가격도 지난 2002년에 비해 15% 떨어지는 등 수익성도 낮아졌다.

 

한때 애국심의 상징이었던 태극기가 어느덧 국가주의나 집단주의 잔재로 치부되는 급변한 세태 탓이다.

 

그 틈에 끼어 판로를 잃은 영세 태극기 제조업체들은 상업용 이벤트 배너나 만국기, 단체기 제작 등으로 생존전략을 바꾸는 등 시장 적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태극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매년 주문량이 30% 줄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태극기 수요 급감현상을 사회적 인식의 변화 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A씨는 “무엇인가에 종속되고 싶어 하지 않는 신세대들의 자유주의적인 성향을 감안하면, 국가 상징물을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설상가상으로 덤핑으로 들여온 중국산 저가 태극기들도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태극기 제조업체 관계자들은 “태극기는 바탕 천까지 엄격한 국가 규격에 따라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중국산 태극기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저질 원단을 사용하고 문양조차 틀린 게 많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최근 인터넷으로 번지고 있는 온라인 태극기 게양 캠페인이 오프라인 판매업체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kmk@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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