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끝나고

폭우와 폭염 속에서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낸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끝나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고 쾌청한 날이 이어진다. 아침 저녁으로 팔뚝에 부딪히는 선선한 바람이 가을 문턱에 들어섰음을 확인하게 해준다.

 

이제야 정신이 든다. 주마등처럼 축제 준비와 축제 기간 중의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축제를 만든 사람들의 땀과 열정이 독일의 시인 릴케의 노래처럼 ‘지난 여름이 위대’하게 느껴진다. 궂은 날씨에도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내준 시민들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행궁광장, 화홍문 홍예무대, 장안공원 성곽무대, KBS수원 아트홀, 수원청소년문화센터의 5개 공연장에는 시민관객이 있었기에 살아 숨 쉬는 새로운 공간으로 변했고, 수원 연극의 미래를 밝게 해주었다. 특히 야외공연장에는 거의 매일 어김없이 비가 뿌렸는데도 자리를 지키며 작품에 열중인 시민들의 모습은 그 자체가 큰 감동을 주는 한 편의 연극이었다.

 

축제의 홍보를 위해 스스로 100인의 홍보단에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축제 알리기에 힘써준 시민들과 블로거들, 연일 애정 어린 기사로 힘을 실어준 지역의 언론들은 너무나 큰 힘이 되었다.

 

수원 연극의 단단한 토대를 쌓아가는 시민 공동체 연극의 성과도 2011년 수원의 여름을 위대하게 한 주인공이다. 내리는 빗속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공연을 해준 자혜학교의 연극반과 선생님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선물해주었다. 조원고등학교 연극부, 버드내노인복지관 실버연극동아리와 천일초등학교 학부모들의 연기, 그리고 시민배우들로 구성된 시민연극제작소의 공연과 개막, 폐막공연에 참가해준 시민 공연단은 시민이 축제의 주인임을 분명하게 확인해주었다.

 

아름다운 화홍문의 무대와 객석을 만들기 위해 폭우 속에서도 수원천에 들어가 작업을 해준 스태프들, 온갖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헌신적으로 문제 해결에 앞장서준 수원시의 관계 공무원들은 무대 위에서 모든 열정을 쏟아준 배우들과 함께 큰 박수를 받아야 하는 주인공들이다. 황금의 여름휴가와 방학을 반납하고 함께 축제 만들기에 기꺼이 나선 100여명의 자원활동가들은 보석과 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이들이 있어서 축제 사무국의 늦은 밤은 보람이 있었다.

 

이제 축제는 끝났다. 그리고 다시 준비해야 하는 때가 되었다. 지난 여름 수원화성국제연극제에 흘린 땀방울이 풍요로운 연극문화의 결실을 맺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할 몇 가지를 다시 생각해본다. 축제는 함께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 욕심 버리기다. 인간사회의 모든 문제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인간이 들이대는 아름다운 목적 뒤편에 욕심이 자리하면 늘 많은 문제들이 꼬리를 물게 마련이다. 연극이 인간의 욕심을 바라보고, 고발하고, 여러 각도에서 성찰하는 예술 행위라면, 오늘날 연극축제는 무엇을 담아내고 있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둘째, 성과지상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21세기 인류 문명의 위기는 단기간내 성과를 위해 무한경쟁에 몰려 희생되는 인간과 자연의 질서 파괴이다. 특히, 포장된 실적과 계량화, 수치화 된 기준들이 연극축제의 정신을 갉아 먹는 주범이다. 역시, 평가도 이러한 잣대들을 버려야 할 것이다.

 

셋째, 우리의 현재 모습을 잘 살피기다. 월세집에 사는 사람에게 집안의 내부 인테리어나 해외 여행, 노후를 위한 주말 별장에 관한 사항들이 화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수원의 연극 인프라는 아직 빈약하기 이를 데가 없다. 무엇부터 해결하고 미래를 설계할 것인지 자명한 일이다.

 

넷째, 중장기 발전 전략에 대한 의지를 모으는 일이다. 수원시와 지역사회, 연극계의 목소리가 잘 조율된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축제가 끝나고 다시 위대한 여름을 이어가기 위해 다짐해보는 것들이다.

 

/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교수·수원화성국제연극제 기획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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