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별자금 15조 푸는데 中企·자영업자 ‘그림의 떡’

가계대출 제한 등 은행 문턱 높아져 자금난 가중

인천 남동공단에서 제조업체를 경영하는 김모(54)씨는 추석을 맞아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은행권이 내놓은 추석 특별자금대출의 문턱도 밟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최근 추석 특별자금대출을 신청했지만 이미 운영자금 때문에 개인대출을 받은 데다 현금서비스 사용 실적이 있다는 이유로 보증기관에서 보증서를 발급해 주지 않아 결국 대출을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기에 따른 내수 침체로 매출이 크게 줄어들어 추석을 앞두고 극심한 ‘돈 가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5조 원가량의 추석 특별자금이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지원액 9조 원보다 66% 증가한 금액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보다 배가 늘어난 2조 원 규모의 추석 특별자금을 다음 달 23일까지 지원한다.

 

농협은 신규 추석자금을 작년 5천억 원에서 올해는 2조 원으로 증액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추석자금을 대폭 늘렸지만, 업계에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장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제한이라는 ‘불똥’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튀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우리은행·신한은행 등은 지난 18일부터 기존 대출을 줄여 가계대출 증가 속도 가이드라인(그전 달 대출의 0.6%)을 맞추고자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혼쭐’이 난 후 다시 대출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은행 창구는 얼어붙은 상태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사업자 중에는 담보대출을 받아 시설 및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기 일쑤다.

 

은행이 개인대출을 옥죄면 이들은 당장 자금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자영업자는 “매출은 감소하는데 직원들 보너스라도 챙겨 주려면 은행 빚이라도 내야 하는데 대출조차 막혀 이번에는 버티기 힘들 것 같다”라며 “담보 여력이 부족할 경우 추석 특별자금은 그림의 떡”이라고 하소연했다.

 

김미경기자 kmk@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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