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동안 384회 ... 쉼 없는 ‘생명 나눔’

'헌혈왕’ 이상철씨

8월 6일 오전 11시께 수원 아주대학교 앞 헌혈의 집. 희끗희끗한 머리의 노신사가 모습을 드러내자 헌혈의 집 직원들은 “오셨어요”라며 친숙하게 인사말을 건넸다. 한눈에 봐도 서로 잘 아는 듯한 모습.

 

헌혈의 집 방문이 낯설지 않은 듯 시종일관 편안한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린 뒤 능숙하게 헌혈에 임하는 노신사에게서는 녹록지 않은 내공이 느껴졌다.

 

강한 포스를 풍기며 성분헌혈을 마친 이 노신사는 바로 경기도 내 최대 헌혈자로 알려진 헌혈왕 이상철씨(64)다.

 

상철씨가 ‘25년 헌혈인생’의 첫단추를 끼운 것은 지난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연히 지나치던 곳에서 헌혈차량을 발견하고 역사적인 첫 헌혈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서울 잠실역 앞에서 처음으로 헌혈할 당시 굵은 주삿바늘을 보고 바짝 긴장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헌혈을 하고 난 뒤 그쪽에서 제공하는 빵과 우유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더군요. 그때부터 제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한 거지요”

 

이후 상철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정기적으로 헌혈을 실시하게 된다. 막연히 해왔던‘다른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헌혈을 통해 실천하게 된 것이다.

 

“한번 해보지도 않고 헌혈 자체를 무조건 꺼리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헌혈을 하고 난 뒤 드는 뿌듯한 기분을 한번 느껴봐야한다니까요. 헌혈하는것은 나만의 특권이죠”

 

현재 상철씨의 총 헌혈횟수는 모두 384회. 원심분리기가 개발되기 이전인 1990년대 초반, 전혈 헌혈이 불가능할 당시 1달에 1차례 이상 헌혈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5년간 거의 1차례도 거르지 않고 헌혈을 한 셈이다. 상철씨에게 있어 헌혈은 이제 취미이자 습관이 돼 버린 셈이다.

 

현재 용인시 백암면에 사는 상철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달에 2차례씩 꼬박꼬박 이곳 수원 아주대 헌혈의 집을 찾는다.

 

차로 1시간 가까이 이동해야 하는 불편은 헌혈에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이처럼 꾸준한 헌혈을 통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상철씨는 현재 국내의 열악한 헌혈 환경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국내 보유 혈액이 모자라 외국에서 피를 수입한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안타깝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혈액의 집을 많이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수십만이 사는 용인시에 제대로 된 헌혈의 집이 한 곳도 없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됩니까”

 

이 같은 열정에 힘입어 상철씨는 지난 2007년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표창을 받은데 이어 지난해 경기도지사 상을 받게 된다. 현재도 상철씨는 헌혈을 계속하기 위해 술을 마시지 않고 매일 아침 산에 오르는 등 꾸준하게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65세부터 건강상태에 따라 헌혈에 크게 제한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철저한 건강관리를 통해 헌혈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평생 헌혈을 통해 봉사하고 싶다는 상철씨는 “헌혈을 하면 B형간염, C형간염 등은 물론 간 기능이나 혈당, 콜레스테롤까지 정기적으로 검사할 수 있다”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헌혈에 참여, 우리나라가 혈액 수입국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글_박민수기자 kiryang@ekgib.com

사진_하태황기자 hath@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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