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승들이 전하는 가르침

‘산승불회’ 출간

“내가 너희하고 같이 갈 때에 혹시 누가 와서 나를 두들겨 패더라도 너희는 절대 그 사람을 때리지 말고 오히려 나에게 ‘스님, 인과를 믿으십시오’라고 말을 해야 한다.” 혜정 스님이 은사 스님인 청담 스님을 떠올리며 전하는 이야기 한 토막이다. 인욕의 상징으로 우러름을 받았던 청담 스님의 진면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대표 선승의 행적과 그들이 전하는 가르침을 엿볼 수 있는 일화는 또 있다.

 

운허 스님은 어느 날 독일인 목사가 절에 찾아와 “예수님 믿으세요”라고 말하자 미소를 지으며 “그러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상황이 의아한 제자 밀운 스님이 운허 스님에게 ‘왜 그렇게 대답했느냐’고 묻자 “저 목사는 예수밖에 모르지 않느냐. 당신 생각을 알겠다는 뜻으로 얘기했다.”고 답했다 한다. 이를 두고 밀운 스님은 ‘남의 허물을 보지 않는 분이었던 운허 스님의 뜻을 뒤늦게 알았다’고 회고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승(禪僧)들의 가르침과 행적을 담은 ‘산승불회’(유철주 著, 불광출판사 刊)가 출간됐다.

 

남양주 봉선사 회주 밀운 스님, 청주 보살사 회주 종산 스님을 비롯해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 봉화 금봉암 고우 스님 등 한국 불교계의 대표 선승 18명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출가 후 50여 년 동안 토굴과 암자에서 수행에만 매진해 온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의 인터뷰도 눈길을 끈다.

 

출가부터 현재까지 제각기 살아온 과정과 은사 스님에 대한 일화들은 종교 차나 단순한 개인의 회고를 뛰어넘어 따듯한 인간미와 깊은 울림을 준다. 값 1만6천원.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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