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와 스웨덴의 차이

그리스의 국가부도 위기가 세계 경제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이제는 부실국가의 대명사처럼 되어 버렸지만, 1980년까지만 해도 그리스는 경제가 탄탄한 나라였다. 1930년 이후 50년간 연평균 5.4%의 고속성장을 이루었다. 서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이었다.

 

상황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1981년 사회주의 정권이 집권하면서부터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말을 빌리자면 이때부터 본격적인 무상 복지시리즈가 시작된 것이다. 실업문제가 생길 때마다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늘려서 해결했다.

 

그 결과는 국가부채의 급속한 증가였다. 1981년 당시 GDP의 28%이던 국가부채가 10년 만에 100% 수준에 육박하게 된다. 지금은 150% 수준이다. 하지만 세금은 잘 안걷힌다. 수입은 없고 갚아야 할 돈은 많다 보니 결국 정부가 부도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복지혜택을 늘린다고 해서 모든 나라가 그리스나 이탈리아처럼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반대의 사례가 북유럽 국가들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같은 나라들은 복지재정의 규모가 남유럽국가들보다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큰데도, 국가부채는 많지 않다. 탄탄한 경제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남유럽과 북유럽 국가들의 어떤 다른 점이 재정상황의 이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가장 직접적인 답은 세금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복지지출도 크지만 세금도 많이 거둔다. 낸다. 스웨덴의 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30.2%이고 조세수입 비중은 47.4%이다. 반면 그리스의 경우 GDP 대비 복지비중은 22.8%이고 조세수입 비중은 32.3%이다. 복지 비중은 7% 차이인데 세금은 15%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복지와 세금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반영한다. 고복지-고세금을 유지하려면 윤리의식이 탄탄해야 한다. 일 안해도 나라가 먹여 살려준다고 노는 사람이 늘어나면 나라 살림은 거덜나게 되어 있다. 국민들이 탈세를 일삼아도 마찬가지가 된다. 다행히 북유럽 국가들은 근로 윤리가 탄탄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복지혜택과 높은 세금 부담에도 불구하고 근로 윤리가 상당 부분 유지된다. 사회 전체가 청렴하기 때문에 부정수급의 문제도 최소 수준으로 유지된다.

 

남유럽 국가들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필자가 확인할 수 있었던 그리스의 경우 탈세는 매우 일반화되어 있다. 복지 혜택 전달 과정에서의 부정 사례도 비일비재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공식적으로는 무상의료 제도가 실시되고 있는데도, 과도한 의료비 때문에 의사와 병원들이 뒷돈을 받는다. 과도한 의료비 부담으로 파산하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런 차이는 객관적 지수로도 확인할 수 있다. 국제투명성 기구의 국가청렴도 지수에서 북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최상위에 위치하는 반면 남유럽 국가들은 그보다 한참 낮다. 예를 들어 2010년의 경우 덴마크가 1위이고 스웨덴은 핀란드와 더불어 4위이다. 반면 스페인 30위, 이탈리아 60위, 그리스는 78위이다.

 

한국은 39위로서 오히려 남유럽 쪽에 가깝다. 이것은 단순한 숫자만이 아니다. 임대아파트의 전전세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실업급여의 부정수급 사례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세금도 그렇다. 호화주택에 살면서 세금 체납하는 사람들의 뉴스가 그치질 않는다. 서민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 상인들이 현금소득공제나 신용카드 결제를 안좋아하는 것은 거래와 소득금액 노출로 세금부담이 늘어날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여야 당이 모두 복지경쟁을 벌이고 있으니 분명 복지혜택은 늘어날 것이다. 그것과 더불어 꼭 챙겨야 할 것은 세금과 복지 혜택을 대하는 우리 자신의 윤리의식이다. 세금 꼬박꼬박 내고, 나랏돈을 내 돈처럼 아껴야 복지국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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