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안성] 황은성 안성시장
조선시대 전국 3대 시장으로 흥성했던 안성. 그러나 지난 30년간 이렇다 할 대기업 하나 없이 인근 평택, 용인의 눈부신 성장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안성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중앙대 안성캠퍼스까지 이전하겠다고 해 황은성(49) 안성시장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안 시장은 이런 뒤숭숭한 지역 분위기를 10월 1일 개막해 9일까지 열리는 ‘2011 프레(Pre)안성세계민속축전’(이하 프레축제)을 통해 안성의 문화적 역량을 높이고 지역민 화합의 장으로 만들고자 한다.
-세계민속축전이 1996년 네덜란드, 2000년 일본, 2004년 헝가리에 이어 4번째로 2002년 안성 개최가 결정돼 국내외 이목이 집중됐다. 기분이 어떤가.
인구 19만의 도농복합도시 안성에서 세계 민속축제의 향연이 펼쳐진다는 것에 대해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다.
세계민속축제는 전 세계 CIOFF(세계민속축전기구협의회, 이하 시오프) 89개 회원국이 올림픽처럼 4년마다 모여 각국의 전통문화를 공연하는 민속문화 올림픽이다. 기대만큼 성공적인 축제개최를 위해 안성의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
특히 국제적인 축제인만큼 안성뿐만 아니라 경기도, 대한민국의 전통문화의 파워를 세계인들의 가슴과 머리속에 강하게 인식시켜 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다.
-프레축제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프레축제의 하이라이트는 태국, 일본, 인도네시아, 인도, 말레이시아, 터키 등 세계 12개국 공연단 300야명들이 펼치는 전통 민속 예술 공연이다.
각 국을 대표하는 최고 수준의 전통 민속 공연단이 초청돼 국내전통문화 공연단과 선의의 공연 경쟁을 전개해 나간다. 공연은 1회 20~30분, 1일 9회 이상 열린다.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 프로그램들도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세계 각양각색의 특산물과 그들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월드 마켓’ 행사와 세계 민속 의상, 소품, 미술, 음식, 음악 등을 골목별 테마에 따라 전시하는 ‘월드키오스크’ 프로그램은 관객들에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추억을 제공해 종합선물세트 같은 축제를 선물할 예정이다.
-프레축제 입장료 책정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일부에서 입장료를 받으면 축제 흥행가도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는데.
사실이다. 하지만 입장료를 받기로 결정, 성인 기준 5천원, 안성시민은 3천500원으로 책정했다.
프레축제뿐 아니라 내년 본 축제도 그렇지만 단순 보고 즐기는 행사로 끝나서는 안된다.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으로 안성 5대 특산물인 한우, 인삼, 쌀, 포도, 배를 판매하는데 집중할 생각이다. 그런 차원에서 입장료는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축제를 격상시키고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봐줬으면 한다. 행사를 즐기다 보면 분명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유료화인만큼 다른 축제와 달리 분명 뭔가 색다른 것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가장 중요한 것은 먹고 즐기는 축제에서 탈피해 역사와 체험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짜보자고 제안했다. 특히 본 행사장을 안성시의 조선 구한말과 1980년, 1980년대 이후부터 현대까지 3단계 시대의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구성해 봤다. 또 조선시대 3대 장의 하나인 안성장터를 그대로 재현해 관람객들이 주막과 초가집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신나는 타임머신 여행이 될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안성하면 많은 사람들이 ‘안성바우덕이’와 브랜드 ‘안성마춤’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안성의 대표적인 키워드다. 조선 후기 열 다섯의 어린 나이에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여자로서 남사당패 우두머리인 꼭두쇠가 되어 남사당패를 이끌던 천재 예인 ‘바우덕이’. 그리고 5년 연속 대한민국 농·특산물 대표 브랜드로 선정된 안성시 농특산물 공동브랜드 ‘안성마춤’은 안성의 힘이자 앞으로 도시를 이끌어 나갈 중요 아이템이다.
-때문에 전통도시 이미지가 강해 전체적으로 생동감은 없어 보이는데, 편견인가.
안성은 지금 변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 지자체에서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데 안성은 스토리가 있는 도시다. 그 가운데 안성의 가장 중요한 산업인 농업을 포기할 순 없다. 그래서 전통도시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안성마춤 브랜드를 통해 레드오션화되고 있는 국내 농업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과 특화전략을 세워놓고 차근차근 수행하고 있다.
-특화전략이 무엇인지 밝힐 수 있나.
이젠 전통농업방식으로는 FTA시대 살아남기 어렵다. 신기술 신농업을 통한 농업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그래서 시는 지난 8월 20일 호주 체리 생산업체인 로얄사, 한국의 ㈜나디아와 신품종 체리 생산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나디아는 로얄사가 개발한 신품종 체리에 대한 국내 독점적 생산 권한을 위임받아 안성 관내에서 계약재배한 뒤 시중에 판매할 예정이다.
-이젠 농업만 가지고는 2020년 인구 30만 규모의 자족도시 실현은 어려울 것 같은데.
2010년 민선5기가 시작되면서 안성의 변화와 상승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경제도시 안성시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대기업 유치팀을 조직해 국내 유일 터치센서 칩설계기술을 보유한 중견기업 (주)멜파스를 유치했고 도와 함께 글로벌 주방생활용품 전문기업 (주)락앤락과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투자나 기업유치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텐데.
맞는 이야기다. 취임 1년만에 4조7천억원의 투자유치를 이끌어내고 2만개의 일자리 창출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개인적으로 복이 많은 시장이다. 김학용 국회의원과 시의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또 최근에는 공도읍 일대 15만여평 규모에 국내 최대 규모 이마트 복합물류단지를 유치해 경기 남부지역 경제활성화가 기대된다. 안성주식회사는 19만 시민 주주가 운영하는 것으로 중국교역의 최대 관문인 환황해권 안성이 새롭게 생산 및 물류의 전략적 거점지역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요즘 도내 기업유치만큼이나 대학유치 열기가 뜨겁다. 그런데 중앙대 안성캠퍼스가 하남 이전 등을 추진하고 있어 시와 시민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중앙대는 안성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다. 중앙대가 여러가지 발전방안을 모색하는데 있어 이전계획도 고려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안성인의 자존심만큼은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람이다. 하남, 인천 검단이 거론되는데 시민들의 갈망하고 희망하는 사항을 져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시민들의 협조도 필요해 보인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안성 발전의 밑그림은 이미 그려져 있다. 이제 더이상 천안, 용인, 평택의 발전을 부러워 할 것이 아니라 기업유치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집중할 때다. 말 그대로 일자리, 쇼핑, 교육, 주거, 병원 등 안성에서 모든 것이 만족되는 자족도시를 만들어 가야 한다. 실망시키지 않는 시장이 되겠다. 4년 후 일 잘하는 시장으로 평가받고 싶다.
특히 이번 프레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안성 문화의 힘과 시민들의 단합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 떠나고 싶은 가을 안성에서 세계전통문화 향연에 빠져보길 적극 추천한다.
글_안성·박석원기자 swp1112@ekgib.com
사진_전형민기자 hmjeon@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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