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맞아도 아프지 않다 하지만 마음은 너무 아프다

인천에서 촬영…권상우·정려원 주연 ‘통증’

남순(권상우)은 어릴 적 자동차 사고로 가족을 잃고 그 사고가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을 갖고 살아왔다. 특히 그때의 후유증으로 심한 상처에도 통증을 느낄 수 없게 된 남순은 각목으로, 쇠파이프로 맞아 피가 철철 흘러 넘쳐도 눈만 끔뻑거릴 뿐이다.

 

반면 피가 나면 멈추기 않아 작은 통증에도 치명적인 여자 동현(정려원)이 있다. 길거리에서 머리핀 등을 팔며 근근이 살아가는 동현은 혈우병 환자지만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해 긍정적으로 밝게 살려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

 

남순은 범노(마동석)와 2인조를 이뤄 빚 독촉에 나섰다가 무턱대고 대드는 채무자 동현(정려원)의 대담한 행동에 호기심을 느낀다.

 

동현에 대한 생각을 키워 가던 어느 날, 남순은 집이 없어 이리저리 헤매는 동현에게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라고 제안한다. 의지할 곳 없이 오로지 자신만을 믿으며 살아온 두 남녀는 일상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마음의 빗장을 열어간다. 그리고 통증에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 두 사람은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게 된다. 영화 ‘통증’의 스토리다.

 

채무자와 채권자가 사랑에 빠지는 독특한 멜로

 

가정동 재개발단지서 ‘클라이맥스’ 부분 촬영

 

대략의 줄거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통증’의 가장 큰 장점은 캐릭터다.

 

채무자와 채권자가 사랑에 빠진다는 독특한 설정의 멜로지만, 무엇보다 영화를 주목하게 만드는 힘은 권상우와 정려원이라는 매력적인 배우의 조합과 곽경택 감독의 연출력이 제대로 어우러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통증’은 강풀 작가의 원안을 바탕으로 만든 곽 감독의 10번째 영화다. 강풀 작가는 이미 충무로에서 보물처럼 여겨지는 존재. 그가 그린 웹툰 ‘바보’, ‘그대를사랑합니다’, ‘순정만화’, ‘아파트’ 등 무려 4편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 ‘친구’ 등 남자들의 이야기를 줄곧 해왔던 곽 감독은 이번에 ‘통증’을 통해 정통 멜로 영화에 도전했다. 곽 감독은 주로 부산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는다고 해 ‘부산감독’이라는 별칭이 있지만, 이번에는 서울과 인천을 오가며 촬영을 진행했다.

 

인천에서 촬영된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 부분으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4월~5월 서구 가정동 재개발단지(루원시티 예정지)와 영종도 공항북로 일원에서 촬영됐다.

 

주요 인물과 스탭 등 80여명이 동원된 촬영현장에는 카메라 2대와 발전차, 조명탑차, 그립(장비)탑차 등 다량의 촬영장비들이 동원됐다.

 

특히 ‘사랑보다 깊은 상처’, ‘고해’ 등으로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수 임재범이 OST에 참여해 눈길을 끈다. 임재범이 영화 주제곡에 참여한 것은 2000년 개봉한 영화 동감 OST ‘너를 위해’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임재범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애절한 멜로디가 영화의 감동을 더한다. 

 

사랑의 통증에 무감각해진 작금의 이기적 인스턴트식 사랑을 꼬집으며, 과연 이 시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 ‘통증’은 올 가을 사랑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에게 슬픈 사랑을 나누주기에 충분한 영화다.

 

글_강현숙기자 mom1209@ekgib.com

 

사진_인천영상위원회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