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자 억울한 탈락 속출

“수십년 남남처럼 사는데 이제와서 아들이 소득 있다고… ”

인천지역 1천902명 자격상실… 제도 보완 시급

 

인천지역 기초생활수급자 중 상당수가 부양의무자 제도에 막혀 억울하게 수급자격을 잃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7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부정수급자를 가려내기 위해 소득 및 재산 관련 자료 일제조사에 나서면서 수급탈락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기초생활수급자는 7만3천715명이었으나 지난 9월 말 현재 7만1천813명에 그쳐 1천902명이 수급자격을 잃었다.

 

전국적으로도 부양의무자의 부양 능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3만3천여 명의 급여 지급을 중단하고 14만여 명의 급여를 삭감했다.

 

급여 중단·삭감자 수는 전국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57만여 명의 11% 가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20년전에 남편과 이혼한 뒤 지금까지 혼자 살아온 김모 할머니(71)는 매달 나오는 30만원 남짓한 기초생활수급비로 근근이 생계를 꾸려왔다.

 

하지만 김 할머니는 올해 수급자 자격이 상실됐다.

 

김 할머니의 부양의무자로 돼 있는 첫째 아들의 소득이 기준치를 넘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김 할머니는 “남편과 이혼하면서 아들과는 남남으로 지내왔다”며 “엄마 노릇은 커녕 연락조차 안하고 살았는데 이제 와서 무슨 염치로 부양을 요구하겠나”고 막막해 했다.

 

이처럼 수급자격을 잃은 상당수는 수십 년 동안 가족 관계가 끊어지거나 학대 등으로 부양을 거부하는 가족들인 데도 이들에게 부양 의무를 부과해 수급권을 박탈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해 수급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소득인정액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시는 억울한 수급 탈락자가 생기지 않도록 지난 9월 말까지 이의 신청을 받고 구·군별 보장심의위원회를 통해 구제 조치에 나서는 등 보완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소득 기준을 지나치게 획일적으로 적용하거나 부양의무자와의 실질적인 관계 단절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실제 재심을 통해 구제된 탈락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구청 관계자는 “수급 탈락자들을 대상으로 상담한 결과 부양의무자와의 관계가 오래 전에 끊겼지만 이를 입증하지 못해 재심 기준에도 오르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부양의무자 제도에 막혀 생계를 위협 당하는 억울한 탈락자가 생기지 않도록 부양의무자 기준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경기자 kmk@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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