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에서 소련군, 다시 독일군으로… 기구한 조선인의 삶

이재익 첫 역사소설 ‘아버지의 길’ 출간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다룬 미국 역사학자 스티븐 앰브로스의 저서 ‘디-데이(D-Day)’에는 나치 독일의 군복을 입은 동양인 남자의 사진 한 장이 실려있다.

 

남자의 이름은 김길수. 조선 사람이다. 앰브로스에 따르면 김씨는 1938년 일본군에 징집됐다 1939년 벌어진 노몬한 전투(만주-몽골 국경지대인 노몬한에서 일본군과 소련-몽골 연합군이 벌인 전투)에서 소련군의 포로가 됐고, 독·소전쟁(1941년)에서 다시 독일군의 포로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의 격랑에 휘말려 일본군에서 소련군으로, 다시 독일군으로 군복을 바꿔입어야 했던 것이다.

 

이재익 작가의 8번째 장편소설이자 첫 역사소설인 ‘아버지의 길’(황소북스 刊)은 이 사진 한 장에서 시작한다.

 

소설은 이 기구한 운명의 조선인이 주인공이다. 역사의 가혹한 수레바퀴 속에서 한 남자의 슬프고도 애절한 인생이야기가 펼쳐진다.

 

2005년 12월 방송된 SBS 스페셜 ‘노르망디의 코리안’을 토대로 한 이 책은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만주, 몽골, 러시아, 프랑스, 벨기에 등 세계 각지를 떠돌며 끝없이 전쟁을 치러야 했던 조선인 김길수의 삶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다.

 

역사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과 아픔을 이재익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로 그려냈다.

 

또한 소설 곳곳에 히틀러와 스탈린, 무솔리니 그리고 일본의 고위급 장교들과 위정자, 양세봉 같은 독립 운동가들의 실명이 등장하는 것도 사실감을 더해준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글을 쓰는 내내 ‘인간은 왜 전쟁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끝내 정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며 “폭력과 야만의 전쟁터에서 희생된 모든 영혼들이 총성 없는 곳에서 편히 잠들기를 기도드릴 뿐”이라고 말했다. 전 2권. 값 각권 1만2천800원.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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