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 고춧가루’ 판매량 파악 못한 채 환불 안내문 일부 매장만 부착
홈플러스가 자체브랜드(PB)상품 고춧가루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됐음에도 안이하게 대처해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의 이번 식품위생 사고는 올 들어서만 네 번째로, 강력한 행정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청과 홈플러스에 따르면 식약청은 지난 11일 홈플러스가 진미농산에 위탁 생산해 판매하는 PB상품 고춧가루에서 식중독균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가 검출됐다며 해당 제품에 대해 판매중단 조치를 내렸다. 홈플러스는 지난 6월부터 이 상품 1천720개를 유통시켰으며 이미 약 90%에 해당하는 1천500여개가 판매됐다.
홈플러스는 반품을 요청하는 고객들에게 환불을 해 준다는 입장이지만 이날 오전 북수원 홈플러스 등 매장에서는 환불과 관련된 어떤 안내문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문자메시지 등 별도의 공지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오후가 돼서야 일부 매장에서 고춧가루 진열대에 작게 안내문을 붙였을 뿐이었다.
더욱이 이들 매장에서는 문제가 된 고춧가루 제품을 매장에서 얼마나 보유하고 있었는지, 판매량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북수원 홈플러스 관계자는 “수많은 고춧가루 중에 식약청에서 판매중지를 내린 고춧가루가 시중에 얼마나 팔려나갔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며 “이 제품의 판매량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같은 무책임한 홈플러스의 태도에 소비자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이날 각 매장마다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방문과 함께 항의전화도 이어졌으며 일부 소비자는 해당 고춧가루가 아님에도 ‘홈플러스 제품을 못 믿겠다’며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매장을 방문한 주부 조모씨(42·조원동)는 “아무래도 PB상품이 가장 저렴해 장을 볼 때마다 손이 가게 되는데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니 아예 PB상품은 쳐다보지도 않게 된다”며 “사고가 날 때마다 물건만 치우면 그만이냐”고 비난했다.
특히 홈플러스는 지난 3월 ‘알뜰상품 디저트 과일맛 종합캔디’에서 철사 형태의 금속성 이물이 나온데 이어 4월에는 ‘표고절편’에서 세균수 및 이산화황이 기준을 초과해 검출됐으며 지난달 16일에는 ‘좋은상품참조미오징어’에서 대장균이 검출되는 등 올해에만 4차례나 PB상품 위생사고가 발생했다.
도내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PB제품의 잇따른 위생사고는 홈플러스측이 제품선정 및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판매중지에만 그치지 말고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강력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예리기자 yell@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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