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생명을 담다

그림읽어주는여자

이종만은 주변에 있는 생명체를 그린다. 자신의 생활 반경 내에서 눈길을 주면 걸려드는 자연, 생명체를 재현하는 것이다. 새와 꽃들이 그것이다. 대부분 꽃을 그린다. 그런데 아름다운 꽃을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배치해서 그린 것이 아니라 길가에 혹은 집주변이나 공터에 또는 들판에 거칠게 핀 것들을 그 상태 그대로 그렸다. 흔하게 널려 있는 것들이고 매우 비근한 식물들이다.

 

이종만이 그린 대상은 자연계에 속하는 것들이지만 집주변이나 삶의 언저리에 버려지듯 놓여진 것들이라는 인상이며 조금은 시들고 처진 것들이자 소멸의 직전에 겨우 멈춰서 있다는 느낌도 준다. 있는 힘껏 활짝 폈다가 ‘아쌀’하게 저버리는 꽃의 한 순간이 절정처럼 매달려 있는 것이다.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는 시간과 죽음의 고비를 피할 수 없다. 작가는 그렇게 조금씩 빛이 바래고 시들고 말라가며 기어이 사라져 갈 생명체의 어느 한 순간을 기억하고 기념하듯 그렸다. 그가 보는 자연, 생명체는 그림에 익숙하게 등장하는 소재들이지만 그 대상들을 관습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아니고 그 외형 너머에 자리한 생명력을 가시화하고자 하는 의지 아래 포착된다.

 

절정에서 비껴나 쇠락하는, 소멸을 앞둔 존재의 아름다움이다. 생각해보면 생의 절정보다도 추락하는 것들이, 죽음을 향해 질주해나가는 것들이 보여주는 존엄성이 무척 감동적일 때가 있다. 그렇게 버텨온 지난 생의 날들을 추억하게 하고 힘껏 겪어낸 삶의 고뇌를 이제는 내려놓는 의연하고 초탈적인 모습이 때로 경건함을 주는 것이다. 아주 하찮은 미물들의 생애도 그런 엄정한 생의 법칙과 과정을 예외없이 보여주며 사라진다. 그런 모습에서 인간들은 그와 동일한 한 생명체로서의 자신의 존재감을 비춰볼 것이다.  장선화 정구찬갤러리 관장

이종만

1951년 전북 익산 생

원광대학교 미술교육학과 졸업

원광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과 졸업

(학위 논문 : Edvard Munch의繪畵世界姸究)

개인전 5회

- 1995 제1회 개인전(전주 갤러리 고을)

- 2000 제2회 개인전(전북학생 종합회관 전시실)

- 2004 제3회 개인전(전북 예술회관)

- 2006 한국 구상대제전 (예술의 전당)

- 2007 비둘기(갤러리 공유)

단체전 및 초대전 다수

한국 미술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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