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를 사랑하는 진짜 글쟁이
어떻게 하면 외계인을 만날 수 있을까. 대한민국 강원도 화천에 살고 있는 외계인 이외수를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인기 예능프그램 MBC 무릎팍도사, KBS 1박2일에 출연 후 몸값이 오르고 요즘엔 CF까지 찍으며 광고계 블루칩으로 떠오르면서 몹시 바쁠거라 예상은 했다. 외계인이 먼저 만나자고 프로포즈할 일 만무했다. 그렇다면 편법(?)을 동원할 수밖에.
지난 9월 24일 교보문고에서 ‘대한민국의 청춘을 말하다’를 주제로 청춘문학기행을 간다는 소식을 접했다. 주인공은 ‘청춘들의 멘토’ 이외수 작가. ‘옳거니’, 빛의 속도로 신청했다. 목적지는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
말이 좋아 감성마을이지 막상 가다보면 감정은 커녕 한숨이 절로 나온다. 가도 가도 끝이 없고 IT강국 대한민국에서도 휴대폰도 잘 안터지는 그야말로 산골짜기.
옛날 이외수는 이발을 하지 않았다. 세수도 1년에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드문했다. 이도 잘 닦지 않았다. 외모만 봐서는 호감형 작가는 절대 아니다. “주량이 몇병이나 되세요?”라고 물으면 “무박 3일, 무박5일이요.”라고 답할 정도로 술에 쩔어 지냈다. 알코올 중독으로 13년을 고생했으니 사람들은 그를 광인(狂人)이라고도 부르고 기인,도사, 부랑아 등으로 불렀다. 지금 부인과 함께 장모를 처음 만났을 때 “왜 넌 거지를 데리고 왔냐”고 타박을 했다고 하니 젊은 시절 이외수의 얼굴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그랬던 이외수가 강원도 화천으로 이사오면서 달라졌다. 술, 담배를 끊었다. 독하다. 이젠 이외수 패션이 인터넷 뉴스를 뜨겁게 달구고 트위터에서 그를 따르는 팔로워수만 60만을 넘었다. 이른바 ‘이외수 마니아’란 독자군을 몰고 다니며 출판업계에선 일종의 흥행 보증수표가 바로 이외수다.
깡촌 ‘화천’으로 내려가
‘문학 오아시스’ 만들기
‘감성시대 전도사’ 자처
이날 감성마을 모월당(달을 사모하는 공간)에 등장한 작가는 청바지에 핑크색 남방을 입고 서울서 날라온 ‘외수마니아들’을 환영해주었다. 익히 듣던대로 기인다운 면모가 다분해 보였다.
화천군에서 20억 원을 들여 약 3만평 규모로 조성된 감성마을은 문학을 중심으로 모든 예술이 교감할 수 있는 ‘열린공간’을 취지로 조병수 미국 몬태나 주립대 교수가 전체 설계를 맡았다. 현재 집필실과 자택, 강연을 위한 모월당, 연못인 몽요담, 산책로 정도만 완공된 상태이며 이외수 문학관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대한민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생존한 작가에서 문학관을 건립해준 첫번째 주인공이 바로 접니다. 20세기까지는 지식이 주도한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감성이 시대를 주도합니다. 감정에는 사랑이 플러스 되어야 합니다 . 화천에 오시면 감성체험을 통해 사랑스런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인구 2만4천여명에 3개 사단이 주둔하고 있는 군사도시 화천군에 이외수를 만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감성마을로 몰려들고 있다. 화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외수는 KBS 1박2일 촬영 당시 밥차를 못 들어오게 하는 조건으로 섭외에 응했다고 한다. 화천에서 밥을 사먹어야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제안이었다.
“구제역 때문에 100만명이 다녀가는 화천산천어축제가 취소돼 1천200억원의 손실이 났고 산천어 87톤이 발이 묶이게 돼 화천공무원들이 밤새 산천어 배를 따 소시지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소시지를 팔아야 하는데 판로가 걱정입니다. 화천군수는 20년 동안 자전거로 출퇴근한 사람입니다.”
육안으로 보면 걸레는 더럽지만
심안으로 보면 거룩한 일생
재미난 화천이야기를 듣다보니 ‘작가야 아님 군수야’ 혼돈이 올 때쯤 그는 ‘행복론’을 꺼내 들었다.
“물질은 고통과 짐이 될 수 있습니다. 진짜 행복은 물질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소크라테스시대부터 현재까지 행복론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내 가슴 안에 사랑이 가득해서 수많은 것을 사랑할 수있을 때, 그 수많은 것들이 나를 사랑하면 그럴 때 인간은 행복한 겁니다.”
이외수가 이렇게 부드러운 사람이었나 놀랄 때쯤 그는 말했다.
“나는 내가 사랑하지 않는 것들을 결코 내 글속에 폼나는 역할로 내세우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어떤 것인가. 그것들은 바로 나와 함께 살았던 것들이며 내가 외로웠을 때 마음으로 자주 대회를 나누었던 것들입니다. 그것들은 아주 작고 가까이에 있는 것들입니다.”
그러면서 청년들에게 ‘걸레’ 이야기를 들려줬다.
“걸레는 육안으로 보면 지저분하지만 걸레는 제 몫을 다하고 걸레가 된 것입니다. 어떤 걸레는 아리따운 소녀의 꽃무늬 원피스였을테고, 어머니의 시린 무릎을 덮어주던 내복이기도 했습니다. 겉으론 추하지만 심안으로 보면 걸레도 거룩합니다. 인간이 왜 만물의 영장일까요? 바로 만물을 사랑할 수 있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습니다. 모든 사물에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면 응당 사랑하게 됩니다.”
청춘들에게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사물을 사랑하라고 강조했다. 우리 가슴 속에 잠들어 있는 ‘청춘’의 존재를 일깨워 스스로 활력과 희망을 재발견할 것을 권유한 책 ‘청춘불패’(2009. 해냄)에서처럼 말이다.
누가 이외수를 기인이라고 하는가. 그는 우리 시대 청춘들의 멘토요, 이 시대 최고의 로맨티스트다. 지금 이 시간도 트위터에서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있을 이외수다.
글·사진_화천·강현숙기자 mom1209@ekgib.com
이외수 프로필
1946 경남 함양군 수동면 상백리에서 태어남
1964 강원도 인제군 인제고등학교 졸업
1965 춘천교육대학 입학
1971 육군 병장으로 만기제대
1972 춘천교육대학 중퇴
1972 강원일보 신춘문예 ‘견습어린이들’ 당선
1973 강원도 인제 남국민학교 객골분교 소사로 근무
1975 《世代》지에 중편 ‘훈장勳章’으로 신인문학상 수상, 강원일보에 잠시 근무
1976 단편 ‘꽃과 사냥꾼’ 발표
11월 26일 전영자와 결혼
1977 춘천 세종학원 강사로 근무, 장남 이한얼 출생
1978 원주 원일학원 강사로 근무, 장편 ‘꿈꾸는 식물’ 출간
1979 단편 ‘고수高手’, ‘개미귀신’ 발표, 모든 직장을 포기하고 창작에만 전념
1980 창작집 ‘겨울나기’ 출간, 차남 이진얼 출생
1981 중편 ‘장수하늘소’ , 장편 ‘들개’ 출간
1982 장편 ‘칼’ 출간
1983 우화집 ‘사부님 싸부님’ Ⅰ,Ⅱ 출간
1985 산문집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 출간
1986 산문집 ‘말더듬이의 겨울수첩’ 출간
1987 서정시집 ‘풀꽃 술잔 나비’ 출간
1990 4인의 에로틱 아트전-나우갤러리
1992 장편 ‘벽오금학도’ 출간
1994 산문집 ‘감성사전’ 출간
1997 장편 ‘황금비늘’ 1, 2 출간
1998 산문집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출간
2000 시화집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출간
2001 우화집 ‘외뿔’ 출간
2002 장편 ‘괴물’ 1, 2 출간
2003 사색상자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출간
2003 산문집 ‘뼈’ 출간
2005 장편 ‘장외인간’ 1, 2 출간
2006 강원도 화천군 다목리 ‘감성마을’ 입주
2007 산문집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출간
2008 산문집 ‘하악하악’ 출간
2009 산문집 ‘청춘불패’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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