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미국의 대통령 부인인 미셸 오바마가 어린이 비만방지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는 아동 비만을 국가적인 보건위기로 규정하고, 학교급식·운동 개선 프로그램인 ‘다 함께 움직이자(Let’s Move)’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녀는 미국의 각 주를 돌며 직접 어린이들과 뛰어놀고, 백악관에 텃밭을 가꿨다. 월마트를 압박해 과일·채소류 가격을 낮췄다. 미국 연방정부도 기업이 소금·설탕·지방 함량을 낮추고, 필수영양소를 채우는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을 경우 광고는 물론 자선 활동 후원 등을 제한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켈로그·펩시·맥도날드 등 최대 식음료업체와 타임워너 등 광고업체가 이에 맞서고 있다. 관련업체들은 20억 달러의 스낵 광고시장을 지키기 위해 의회를 상대로 한 로비에 660만 달러를 사용하고 있다. 업계는 패스트푸드와 스낵 광고가 어린이 비만의 문제에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또한 이번 규제로 20%의 농업 등 관련 산업 감축과 일자리 7만4천여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셸 오바마의 주장에 동조한 학부모 단체들은 초콜릿·딸기 우유 퇴출시키기, 고열량 탄산음료에 비만세(Fat tax)부과하기, 맥도날드의 판촉용 공짜 장난감 없애기에 나섰다. 제네바의 WHO 본부도 패스트푸드 등 비건강 음식에 대해 비만세를 부과할 것을 제안한바 있다. 그리고 지난 10월 덴마크가 세계 최초로 비만세를 도입하였다. 헝가리는 2011년 9월부터 지방은 물론 염분, 설탕 등이 기준치 이상 함유된 음식에 개당 10포린트(한화 55원)를 부과했다.
반면 덴마크 산업계는 비만세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금에 따른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부 과학계도 소금과 설탕이 건강에 더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포화지방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비만세는 건강에 해롭고 비싼 식품을 먹지 말라는 메시지이자 생산자들이 식품에 소금과 설탕을 적게 넣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며 비만세를 적극 옹호하고 있다.
각국들이 비만에 대해 정부적 차원의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질병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미국의 질병대책센터는 부적절한 식생활과 운동부족으로 인한 사망이 40만 명이며, 비만이 담배에 뒤이어 전체 사망 원인의 17%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비만에 의한 직·간접적인 사회적 손실은 1천170억 달러이며, 미국성인의 64%가 과체중이다. 미국의 랜드 연구소에 의하면 비만자들은 간식을 자주 먹으며,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길고, 운동을 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 되었다. 동 보고서에 의하면 비만의 주된 원인은 과다한 설탕과 음식문화에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비만을 자기책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비만을 조장하는 기업이나 식품업계에 대해 무엇인가 반성해야 할 점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비만의 원인을 패스트푸드라고 주장하는 소송도 제기되었다. 실제로 집단소송의 위협을 느낀 기업들이 정책 변화를 시도하였다. 맥도날드는 저지방 샐러드 등 신제품을 만들었다. 비만 소송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패스트푸드업계가 건강음식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한국은 OECD국가 가운데 비만이나 과체중 비율이 일본에 이어 2위로 낮다. 순위로만 보면 과체중이나 비만의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일본이나 한국에서도 비만 비율은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과다한 음식문화가 빚어낸 비만문제는 미국만이 아니라 유럽과 한국 등 이른바 선진국에서 전염병처럼 퍼져가고 있는 것이다.
비만세는 식품산업에 미칠 영향보다는 국민건강을 우선한 정책의 결과다. 그것은 비만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각 국가들의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비만세 도입의 문제를 국민건강과 질병예방의 차원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때다.
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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