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김장철 맞은 인천 도매시장들
2일 오전 11시께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농산물도매시장.
오는 7일부터 한 달간 운영되는 김장시장에 맞춰 배추, 무, 고춧가루 등 김장 관련 농산물을 취급하는 상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하지만, 이들 농산물의 생산지가 어디인지, 소비자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표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각종 채소들이 즐비한 한 가게.
대파 위에 ‘1500’이라는 숫자가 적힌 종이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원산지나 품목명, 단위 등은 표기가 안 돼 있었다.
생강 역시 비표준 표기단위인 ‘1근’이라는 작은 글씨 옆에 ‘2천500원’이란 가격만 적혀 있을 뿐이다.
지난해 관리사무소에서 품목, 원산지, 판매가 등을 표기하는 원산지 표지판(플라스틱)을 상인들에게 4천 개 배부했지만, 이를 사용하는 상인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일부는 가격도 표기안돼… 표지판 배부 소용없어
상인들 “물량 많아 체크 어려워… 서로 믿고 장사”
주부 이모씨(55·남동구 간석동)는 “김장을 많이 준비해야 해 일찍 왔지만, 원산지를 알 수 없어 왠지 미덥지가 못하다”며 “중국산 고추가 유행이라는데 상인들이 속이려고 들면 소비자로서는 당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부평구 삼산동 농산물도매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채소상회 10곳 중 2곳가량은 아예 가격 안내도 없고, 절반가량이 품목이나 원산지 표기 없이 판매가만 종이에 긁적여 놓았다.
‘중국산 도라지’, ‘태국산 토란’, ‘무안 양파’ 등 원산지 표기를 적어놓은 곳은 10곳 중 1~2곳에 불과했다.
상인 신모씨(50)는 “김장철을 앞두고 물량이 많이 들어오면서 판매하는 상품마다 원산지를 다 표기하기는 어렵다”며 “상인끼리는 판매가격이나 상태만 봐도 원산지를 대략 알기 때문에 서로 유대관계만 믿고 장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각 도매시장 관리사무소와 지자체, 농산물품질관리원 등은 정기적으로 합동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상인들에게 안내문을 배부하는 등 계도 수준에 그쳐 올해 단속건수는 없다.
삼산동 도매시장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전통시장처럼 소매 전문이 아니라 도매까지 취급하는 시장이라 상인들이 대부분 종이상자 등을 이용하는데 익숙해져 있다”며 “앞으로 김장철을 맞아 원산지 표기 등 불법유통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yjunsay@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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