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우선에 밀려 관리는 뒷전… 시화호 또 ‘환경재앙’

시화호 오염 논란 다시 수면위로

시화호에서 숭어 1만여 마리(3t)와 가물치, 조개 등이 집단 폐사한 지 2개월여가 지났지만, 한국수자원공사는 아직 정확한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에는 숭어 등이 집단 폐사했던 지역에서 1㎞도 떨어져 있지 않은 남측 개펄(약 20㎞)에 건설폐기물과 생활쓰레기 등 각종 쓰레기 더미가 발견돼 2차 피해마저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시화호에서 조력발전소, 멀티테크노밸리(MTV)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인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는 뒷전인 채 개발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게다가 쓰레기 더미의 존재조차 몰랐던 한국수자원공사는 국토해양부, 한국해양연구원, 안산시 등과 함께 총 10명의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지난달 31일 1차회의를 가졌지만, 현장조사는 물론 2차회의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 환경오염의 대명사 시화호

 

지난 1987년 정부가 경기부양과 농업·공업용수의 조달을 위해 길이 12.7㎞(4개)의 방조제로 바닷물을 틀어막은 시화호(면적 43.8㎢)는 지난 20여 년간 환경오염의 대명사라는 오명을 안고 있었다.

 

시화호가 환경오염의 대명사가 된 것은 호수면적보다 유역면적이 작은 시화호의 태생적인 문제로부터 시작됐다.

 

시화호는 규모에 비해 작은 유역면적(새만금호의 24%에 불과) 때문에 상류 등으로부터 유입된 물이 장기간 체류, 수질관리가 어려운 형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정부의 개발 우선정책과 환경인식부족으로 하루 31만여㎥의 하수가 하수처리장이 아닌 시화호로 흘러들며 오염을 가중시켜 ‘시화호=환경오염’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 물고기 집단 폐사, 환경오염 논란 재연

 

애초 시화호의 담수화를 원했던 정부는 수질이 급속히 악화되자 1996년 배수갑문 운영을 통한 해수 유출입 방안을 담은 ‘시화호 수질개선대책’을 발표했다.

 

해수의 유출입으로 수질이 좋아졌다는 판단을 한 정부는 2003년 2천941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시화방조제에 연간 600억㎥의 해수를 유통할 수 있는 조력발전소(연 발전량 55억 2천500만㎾)를 착공했다.

 

하지만, 이 조력발전소가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한 올해 8월 29일 이후 보름여 동안 숭어 1만여 마리(3t) 등이 집단 폐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물고기 잇단 폐사 원인조차 몰라

 

개펄 쓰레기더미 ‘2차 오염’ 우려

 

환경단체, 관리소홀 수자공 고발

특히 한국수자원공사는 올해 시화호의 순수 관리비용(수질검사·쓰레기 수거)으로 15억 원을 책정했지만, 숭어 등 집단 폐사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물론, 남측 개펄에 수북이 쌓여 있던 각종 쓰레기 더미의 존재조차 몰라 관리 부주의라는 비난을 샀다.

 

안산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숭어 등의 집단폐사와 쓰레기 더미 발견 사태는 한국수자원공사의 관리 부주의라고 밖에 볼 수 없다”라며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번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는 숭어 등의 집단 폐사가 조력발전소 바닥공사(10월 21~27일)로 인해 해수 유통량을 조절(일 평균 3천148만t→1천94만t)하는 과정에서 용존산소량이 2.6ppm까지 떨어져 생긴 일시적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수자원공사의 해명과 달리 해수 유통량을 조절한 10월 28일 이후에도 숭어와 가물치, 조개 등 200~300여 마리가 폐사하는 사고가 이어졌다.

 

한국수자원공사는 1차 폐사 때 산소충격을 받은 물고기라며 다시 한번 해명했지만, 환경단체들은 시화호에 퇴적된 오염 토양을 파내지 않은 채 조력발전소를 가동, 밀려든 해수에 수질이 오염돼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오는 25일 이번 사태에 대해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를 관리부주의 및 초동대처 미흡 등으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지리한 책임공방

 

공형옥 안산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본질적으로 해수를 유입해 시화호의 수질을 개선하는 방법에는 동의한다”라면서도 “하지만, 오염된 퇴적토를 파내지 않은 채 발전소를 가동한 점은 분명히 잘못된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전시권 한국수자원공사 시화관리처장은 “퇴적토 준설을 위한 설계에 착수, 내년 7월이면 오염된 토양을 걷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며 “하지만, 1차 폐사 후 나타난 2차 폐사는 1차 때 산소충격을 받은 숭어 등이 폐사한 것으로 퇴적토와는 관계가 없다 ”고 밝혔다.  안영국기자 ang@ekgib.com

 

“퇴적토 제거 않고 발전소 가동

 

수년간 자정노력 물거품 위기”

 

인터뷰 공형옥 안산환경운동연합회 공동대표

 

“그동안 시화호에 환경오염 문제는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이번과 같이 물고기가 떼 죽음을 당한 적은 없었습니다.”

 

공형옥 안산환경운동연합회 공동대표는 지난달 시화호에서 숭어 1만여 마리(3t)와 가물치, 조개 등이 집단 폐사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은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주의한 관리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공 대표와 일문일답.

 

 

- 시화호는 원래 어떤 곳이었나.

 

풍부한 개펄을 갖춘 전형적인 어촌이었다. 그러나 방조제를 건설하며 물이 고이게 돼 심각한 수질 오염이 일어났고 인근 산업단지의 폐수까지 유입되며 환경오염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 숭어 등이 집단 폐사한 것도 이러한 오염 때문인가.

 

결론적으로 오염 때문이다. 하지만, 자정노력으로 수질이 꽤 좋아진 시화호에서 이처럼 물고기가 떼죽음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 그렇다면, 집단 폐사의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조력발전소의 가동이다. 다만, 조력발전소 가동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기보다는 현재 오염된 퇴적토를 걷어내지 않고 발전소를 가동한 한국수자원공사의 안일한 행정 때문이다.

 

- 그렇다면, 집단 폐사의 원인은 오염된 퇴적토인가.

 

그렇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2003년 한양대 산업협력단에 퇴적토 처리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 2006년 해양환경기준을 초과하는 중금속이 다량 포함돼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조력발전소 가동을 시작한 올해까지 퇴적토를 걷어내는 계획조차 잡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 앞으로의 대응방법은.

 

일반 사업체의 실수로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다면 국토해양부가 가만히 앉아만 있겠느냐. 부주의한 관리로 생태계를 파괴한 한국수자원공사는 물론 이를 감독하는 국토해양부까지 직무유기 여부를 파악해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신동민기자 sdm84@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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