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선수가 뛰고 있는 세계 최고 축구클럽인 영국의 맨체스터유나이티드(맨유)의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Old Trafford)’는 사시사철 세계 최고 수준의 잔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축구 전용경기장 잔디를 관리하는 이들은 대부분 장애인들로, 사회적기업인 ‘쇼 트러스트(Shaw Trust)’ 소속 인력이다. 쇼 트러스트는 직원 1천600여명에 점포 수도 40여개에 달하는 영국의 대표적 사회적기업이다. 영국에서는 쇼 트러스트를 통해 매년 4천여명의 중증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
파주에는 북한 이탈 주민 정착 및 자립 지원, 취약계층의 자활을 목표로 삼고 운영되는 메자닌에코원㈜이 있다. 오동나무에 국산 옻칠을 해 아토피에도 무해한 친환경 우드블라인드를 생산하는 이 업체는 지난 2008년 12월 설립돼 2009년 11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직원 32명 중 북한 이탈 주민이 절반에 가까운 14명이다. 장애인 3명, 한부모 가정 3명도 있다. 2009년 4억원으로 시작한 메자닌에코원의 연매출은 지난해 14억6천만원, 올해는 27억~28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화두가 된 요즘 취업이 힘든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기업이 있다. 저소득층, 65세 이상 고령자, 장애인, 북한 이탈 주민, 한부모 가족, 경력단절 여성 등 취약계층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일명 ‘착한기업’으로 불리는 사회적기업은 흔히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을 하기 위해 빵을 판다’라는 취지 아래 수익을 추구한다. 이윤 추구는 기업의 본래 목적이지만 사회적기업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이윤 추구 과정에서 취약계층이 일자리를 얻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 취약계층에 일자리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윤을 다시 취약계층을 고용함으로써 기업 규모를 키워나간다.
경기도는 이러한 사회적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지난 2008년 12월 전국 최초로 사회적기업 육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올해부터 2013년까지 3년간 630개 기업을 육성해 1만3천230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113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매해 200여개 사회적기업에서 4천여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현재 경기도에는 전국(1천605개)의 16%인 258개 사회적기업이 있고, 4천980명이 일하고 있다.
이제 사회적기업은 경기도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대세다.
‘공생(共生)발전’이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의 국정 화두로 제시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사회적기업은 사회공익적 경영 활동과 함께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로 ‘경제’와 ‘사회공헌’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최적화시킬 수 있는 기업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발맞춰 대기업들도 사회적기업 설립과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은 성균관대 및 경기도와 협력해 사회적기업가 양성 아카데미를 2년째 운영하고 있다. 400명의 사회적기업가를 양성, 장애인과 다문화가정 지원 등 7개의 사회적기업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도 지난해 경기도와 함께 장애인 재활기구 생산기업인 ㈜이지무브를 설립했다. 내년까지 18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기업들은 아직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수 기업만 수익을 창출하고 있을 뿐, 대부분은 정부나 관련 단체들의 지원없이는 운영이 힘들다. 정부가 지난해 1천480억원, 올해 1천630억원을 사회적기업에 지원하고 있지만, 문제는 지원금이 끊기면 부도 위기에 직면하는 기업들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단순한 자금지원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기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촘촘한 네트워크가 구축돼야 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민간부문의 자율적 참여와 사회 각 부분의 협력이 잘 배합돼야 한다.
사회적기업의 근본철학은 나눔이다. 행복은 단순히 ‘빵’만으로 추구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기업에 나눔과 배려의 철학이 깃들어야 한다. 나눔을 실천하는 착한기업, 행복을 나누는 사회적기업에서 우리사회 희망을 찾는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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