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동방신기 CD 정품 꼭 사다주세요”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베이징대부속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던 당시 몇몇 여학생이 돈을 주며 나에게 이런 부탁을 했다. 중국에서 사는 10위안짜리 가짜 CD는 오빠(?)들에게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란다.
일반 학생들과는 다른 모습을 한 이 여학생들의 가방에는 동방신기 멤버의 인형이 달려 있었고 필통, 지우개 등 갖고 있는 모든 소지품이 동방신기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한국어로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정도 밖에 구사할 줄 몰랐지만 동방신기 노래는 전부 다 한국어로 부를 만큼 한국 가수에 대한 사랑이 대단했고 그들을 위해서 한국어를 배우는 열정을 보였다.
세계 곳곳이 한류 열풍으로 들썩이고 있다. ‘한류 열풍’을 일으킨 시초는 중국이다. 지난 1997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CCTV를 통해 방영되고 1998년 H.O.T, 클론, NRG 등 한국 가수들의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한류 열풍이 시작됐다.
‘대장금’이 중국 전체 시청률 1위를 차지하던 2005년도에는 주제곡이 상점 곳곳에서 들려왔고 심지어 중국인들이 대장금의 주인공인 이영애를 바탕으로 한국 음식점을 차리고 한국야구르트는 장금이 엄마 한상궁 마마 역을 맡았던 양미경씨를 캐스팅해 광고 마케팅까지 펼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은 대중문화 뿐만 아니라 불고기, 비빔밥, 김치 등 한국 음식에 열광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한국까지 방문해 직접 보고, 먹고, 들으며 한류를 만끽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류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중국인의 숫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중국 문화평론가들은 ‘신한류’VS‘반한류’를 주제로 토론하는 자리에서 지금이 한류와 반한류가 충돌하고 있는 시점이라고 평했다.
중국 정부가 중화 민족의 문화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이유로 한류 문화가 중국을 장악하는 것을 막고 한국 드라마의 방영을 축소시켰기 때문이다.
중국 유명 배우이자 감독인 장궈리(張國立)는 하이난에서 열린 한 공식 회의에서 중국인들에게 인기를 받고 있는 대장금 등 한국 드라마에 대해 강력히 비난하면서 반한류에 대한 강력한 입장을 표명했다.
한류는 경제적 요소 뿐만 아니라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다. 일방적인 한류 확산으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기 보다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도록 우리가 중국 문화 산업을 받아들이고 상생점을 찾는 것이 가장 시급한 숙제다.
장혜준기자 wshj222@ekgib.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