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이 이제 한달 반 남짓밖에 안 남았다. 올해 가장 많이 사람들의 입에 오른 단어 중 하나가 스마트 폰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22개월 전인 지난 2010년 1월 어느 지면에서 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 모든 기업의 스마트 폰 마켓세어를 합쳐도 당시 세계 5위안에도 들지 못하는 것을 걱정한 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 언론들은 삼성전자가 지난 3분기부터 스마트 폰 판매에서 애플을 제쳤다고 보도하고 있으니 이제 우리나라는 스마트 폰 제조에서도 세계 1위 국가로 변신하였다.
국내 스마트 폰 가입자 추이도 2009년 11월 47만명도 안되던 수준에서 2011년 10월28일 2천만명을 돌파하여 전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다. 2년 전 스마트 폰 시장보다는 피처 폰에 안주하던 우리에게 아이폰이 야기한 충격은 이제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고, 올해는 이제 본격적인 스마트 시대를 열게 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스마트폰·SNS 의 놀라운 힘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도 올해 참 많이 이야기된 단어이다. 특히 SNS는 경제적 활동보다는 친구나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수단이므로 경제적인 이슈보다는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론을 측정하거나 전파하는데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것에 대해, 신문 방송은 물론 SNS를 쓰는 당사자들도 놀랄 정도였다. 빠른 성장 추세와 영향력 때문에 SNS는 국회의원 총선거,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내년도에도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키워드일 것 같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2011년 정치도, 경제도, 문화도 역시 IT가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스마트 폰, SNS 어느 것도 아직 쓰기 어렵다거나 체질적으로 거부하는 사람도 꽤 있다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학자들은 인터넷이나 휴대폰 도입 초기부터 경제적 이유 등으로 계층 간 IT 사용의 차이가 나타나고, 궁극적으로 IT가 계층을 분할하거나 차별하는 현상을 디지털 ‘디바이드’라는 이름으로 걱정하여 왔다.
세대 간 정치적, 문화적 성향이 다른 것은 취업, 육아, 교육, 주택 등 다양한 문제와 얽혀 있고, 디지털 디바이드는 단순히 이를 반영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대책보다는 취업, 육아, 교육, 주택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디지털 디바이드 때문에 세대적 갈등이 악화될 수도 있고, 디지털 디바이드 극복을 통해 세대적 갈등이 완화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뉴미디어 통해 세대 간 소통을
스마트 폰, SNS와는 다른 올드 미디어인 TV에서 올해 대박이 난 콘텐츠를 보면 오히려 세대간 디지털 디바이드를 해소하는 단초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요즘 필자의 생각이다. 즉, ‘슈퍼스타 K’,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등 올해 국민 대다수에 어필한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20대부터 40대까지의 가수들이 똑같은 조건에서 자신의 장르를 넘나들며 노래를 부르거나, 젊은 가수나 가수 후보자들이 선배 가수들의 노래를 새롭게 편곡하여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통해 중·장년들은 자신들이 부르던 노래가 춤만 추고 립싱크만 하는 줄 알았던 아이돌 가수나 가수 지망자인 줄 알았던 젊은 경연자들에게서 새로 탄생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는다.
스마트 폰은 음성, 문자, 영상으로 통화를 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등 사람들을 연결하는 콘텐츠를 풍부하게 갖고 있다. 더욱이 전화하기가 애매할 때면 문자나 메신저로 대신할 수도 있고, 아이들의 페이스북을 들여다보아 최근에 무엇을 고민하는지를 살짝 엿볼 수도 있는 아주 똑똑한 녀석이다. SNS 역시 가장 중요한 콘텐츠가 연결된 ‘사람’을 팔로우해서 지켜보거나, 담벼락의 글을 읽거나 남겨서 연결을 이어간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세대 간에 같은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고, 가족들의 고민을 조금은 쉽게 이야기 꺼낼 수 있게 되듯이 디지털 디바이드를 걱정만 하기보다는 좋은 콘텐츠와 콘텐츠를 생산하는 따뜻한 사람들의 연결을 통해 세대간의 디바이드(나뉨)에 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
이희상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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