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쳐다보다가 문득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동그랗고 영롱한 푸른빛을 발하는 지구. 무엇인가 축복받는 존재만이 기거할 것처럼 태양광을 반사시켜 푸르게 빛나고 있는 지구가 그려진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지구는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하늘과 땅, 바다 그리고 수많은 종의 생명체가 구성요소일 것이다. 우주만물에는 그것들을 구성하는 기본단위가 있다. 자연은 수소나 헬륨 따위의 원소들로 이루어졌을 것이고 생명체는 세포들의 집합으로 구성?을게다. 하나가 여럿으로 모여 이루어진 세계와 생명체. 그것이 세상을 구성하고 우주를 찬란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세상이 있다. 작은 무엇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세상. 이들은 촘촘하게 또는 넓게 박혀있어 때로는 밝게 때로는 어둔 그늘을 만들어 낸다. 형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밤하늘의 별이 빽빽하게 모인 것 같기도, 어느 산맥의 등줄기가 연상되기도 한다.
다시 뒤로 물러나 바라본 그것은 음습한 진흙을 뚫고 나와 수려한 자태를 뽐내는 연꽃의 모습으로 둔갑했다. 작가 인경이 바라본 세상의 모습이 그럴 것이다. 세포들의 교집으로 생명체가 탄생하듯 인경의 세상에는 항상 핀이 등장한다. 바늘처럼 가늘고 뾰족하게 만들어진 이 물건은 이것과 저것을 이어주는 임시적 연결고리이자, 인경이 세상과 만나는 소통의 창이다. 그리고 그가 바라본 세상을 구성하는 기본단위이기도 하다.
작가 인경이 획득한 핀이라는 조형언어에는 영원성이 부재한다. 이는 핀이 갖는 속성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임시로 옷깃을 고정하거나 무엇인가를 잠시 동안 연결하는 부속으로서의 핀의 기본개념을 자신의 작업에 부여했다. 어쩌면 빨갛게 드러난 자신의 환부를 꿰매지 못하는 불완전한 자신과 세계와의 만남을 표현한 것을 아닐지.
조두호 수원미술전시관 수석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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