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남장사

정한의 곶감마을 노악산 남장사를 찾았다. 색 익은 낙엽 밟으며 만난 천년고찰, 어릴 적 소풍가던 추억은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그립다. 산 너머 고향집은 잡초가 무성했다. 공부하던 책과 책상은 아직 그대로인데,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빈 집은 우울증환자처럼 용도 상실에 주저앉고 있었다. 감나무가 떠난 주인에게 머쓱해 하는 뒤뜰에서 이런 시를 떠 올렸다.

 

―빈집에 쌓이는 시간의 무늬에도/아름답고 쓸쓸한 생을 관통하던 추억 있다/집은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었고/나는 길 위의 집에서 꿈을 꾸었다/보일 듯, 보이지 않는 삶의 흔적과/잡힐 듯, 잡히지 않는 옛 사랑의 그림자여 ―민병일 ‘적멸 속에 빛나는 빈집’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