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성승현씨(35)의 12월 책상 달력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연일 술자리 약속만 빼곡히 적혀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술자리 때문에 하루를 버텨내기 조차 힘든 날의 연속이다. 그러나 같은 술을 마시더라도 몇 가지 ‘팁’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숙취 상태는 천차만별.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건강을 챙기며 탈나지 않게 송년회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 음주 전 가벼운 식사로 속 달래야
간을 보호하기 위해선 하루 50g 이하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이 최적이다. 맥주 1천500㏄(7.5잔), 위스키 156㏄(5.2잔), 소주 250㏄(5잔) 정도다.
술은 천천히, 물과 섞어 묽게 마시고 1주일에 적어도 2∼3일은 간을 쉬게 해야 한다. 매일 조금씩 마시는 것보다 한번에 많이 마신 뒤 며칠간 금주하는 게 오히려 간에 부담이 적다.
음주 전 식사는 꼭 해야 한다. 빈 속일 경우 알코올은 위에서 간으로 직접 가지만 위 안에 음식물이 있을 경우 장으로 흘러가 농도가 낮아진 후 간에 전달된다. 또 술을 마실 때는 약한 술에서 독한 술의 순서로 마시는 게 좋다. 독한 술을 먼저 마시면 위 점막이 제대로 흡수를 못해 나중에 마시는 술은 그대로 간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폭탄주나 1차 소주, 2차 맥주 등으로 술을 섞어 마시는 것은 알코올의 체내 흡수를 촉진시켜 빨리 취하는 원인이 된다. 인체가 가장 잘 흡수하는 술의 도수는 14도 정도인데 일반적으로 순수 양주와 맥주를 섞어 만드는 폭탄주의 알코올 도수와 비슷하다. 또한 맥주에 섞여 있는 탄산가스도 소장에서 알코올의 흡수 속도를 도와주기 때문에 섞어 마시면 빨리 취하게 된다. 또 니코틴은 위산 과다를 부르고 위벽의 혈류를 나쁘게 한다. 알코올은 그 같은 니코틴의 흡수를 빠르게 한다. 간의 해독 기능도 약화시킨다. 결과적으로 담배 때문에 더 빨리 취하게 되는 것이다.
■ 과음 다음날은 어떻게 하나
숙취는 음주 후 겪게 되는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을 일컫는 말로, 술에 포함돼 있는 에틸알코올이 혈액이나 간에서 분해된 후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에 의해 유발된다. 보통 술 마신 다음 날 아침 또는 음주 뒤 시간이 흐른 후에 속쓰림, 메스꺼움, 구토, 현기증, 두통, 근육통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전용준 원장은 “술 마신 다음 날에 우리 몸은 수분뿐 아니라 당분, 전해질도 필요로 한다”며 “음주 뒤 체내에 남아 있는 알코올 성분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냉수보다 따뜻한 차가 좋으며 비타민이나 무기질이 많이 들어 있는 이온음료나 과일주스 등을 마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술 마신 후 또 따뜻한 꿀물이나 식혜, 수정과를 마시면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다. 커피 등의 카페인 음료는 가급적 피하고 칡차·구기자차·인삼차·생강차가 숙취에 효과적이다. 또 과음한 다음 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메뉴는 뜨겁고 얼큰한 국물이다. 매운 국물 음식을 먹고 땀을 빼면 술이 깬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큰한 음식은 숙취 해소에 도움을 주기보다 맵고 짜기 때문에 오히려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국물을 먹으려면 맑게 끓인 콩나물국이나 북어국·조개탕·대구탕 등 기름기 없는 것이 좋다.
간혹 술을 마시고 변비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럴 때는 굵은 소금을 탄 물을 한 잔 마시면 배변에 도움이 된다. 굵은 소금에 함유된 유산마그네슘이 이뇨작용을 도와 대변을 부드럽게 해 주기 때문이다.
술을 깨기 위해 일부러 토하는 사람도 있다. 일시적 효과는 있으나 술을 깨는 효과는 없다. 알코올은 위에서 10%만 흡수되고 나머지는 소장으로 가기 때문에 오히려 강한 위산만 식도로 역류돼 손상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가급적 적은 양의 술을 천천히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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