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역시 서비스이다

나의 전 직장은 유명한 놀이공원인 에버랜드이다.

내가 장애인직업재활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 곳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사회공헌 담당을 하게 된 덕분이다.

에버랜드에서 십수년을 일하면서 제일 고마운 것은 두가지 있는데 이렇게 장애인재활에 대하여 알게 해 준 것과 해외의 유명한 테마파크를 방문할 기회를 주었다는 것이다.

그런 직장에 다니지 않았으면 내가 어찌 디즈니랜드며 유니버설스튜디오와 같은 곳을 출장삼아 갈 수 있었겠는가. 암튼 고맙다.

세계의 유명한 테마파크로 출장을 다니며 또는 개인적으로 테마파크로 여행을 가면서 나 스스로 테마파크 전문가가 되려 노력한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관광리조트분야에서 그래도 나름 전문가로 인정받으니 말이다.

 내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테마파크는 일본의 도쿄디즈니랜드다.

이 곳은 미국의 시설(하드웨어)과 일본의 친절(소프트웨어)이 결합되어 운영되는 곳이라 사람들이 즐기기에 가장 최적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디즈니랜드에 가면 화려한 외관과 놀이기구, 미키마우스와 같은 캐릭터를 생각하며 매우 흥겨워한다.

입장부터 퇴장까지 조금이라도 한눈을 팔 수가 없다. 천국이 따로 없을 정도이다. 일본사람에게도 도쿄 디즈니랜드는 죽기 전에 한 번 가 보고 싶어 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들에게도 참 좋은 곳인가 보다.

도쿄 시내에서 전철을 타면 금방 갈 수 있는 도쿄디즈니랜드는 그 옆에 디즈니씨라는 바다를 주제로 한 파크를 두고 있어서 재미가 두배이다.

이런 도쿄 디즈니랜드를 일본인들이 사랑하게 된 것은 화려한 시설과 재미있는 캐릭터 때문만은 아니라고 한다. 다름아닌 친절이다. 친절이 왜 중요한지 알게 해 주는 에피소드가 있다.

사람들이 즐겁게 놀고 있는 도쿄디즈니랜드. 식사 무렵 레스토랑에 어느 평범한 부부가 들어 왔다. 둘이서 들어 왔기에 종업원은 2인용 테이블로 안내하고 식사 주문을 받았다.

부부는 각자의 음식을 주문하고는 왠일인지 어린이용 세트메뉴를 하나 더 주문하더란다. 주문을 받은 종업원은 죄송합니다만 하며 각자 음식을 주문하셨는데 왜 어린이용 세트메튜를 주문하시는지 물어 봤다. 부부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뗐다.

 “우리 부부 사이에는 어린 아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어릴 때부터 병을 앓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아이를 치료하면서 늘 이렇게 말했답니다. 약 잘 먹으면 디즈니랜드로 놀러 갈거야. 병원 가서 주사 잘 맞으면 디즈니랜드에 갈거야.

그 아이는 디즈니랜드에 간다는 말에 약도 잘 먹고 주사도 잘 맞고 병원도 잘 갔는데...... 그만 얼마전에 결국 병이 도져서 죽었답니다.

아이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생각해 보니 아이가 살아 생전에 디즈니랜드를 못 갔으니 지금이라도 아이의 소원을 들어줘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이 곳에 와서 입장권도 3개를 끊고 식사도 3인분을 시켜서 함께 즐기려고 합니다.”

사연을 들은 종업원을 알겠습니다라고 말한 후 카운터로 걸어갔고 잠시 후 다시 나타났다. 그러더니 부부를 4인용 테이블로 안내를 하였다. 4인용 테이블로 자리를 옮기게 한 종업원은 음식을 가져 오고 어린이용 의자를 하나 들고 와 테이블 앞에 놓았다. 그리고는 부부에게 말하였다.

“손님. 디즈니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즐거운 가족나들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희가 어린이용세트메뉴 값은 안 받기로 하였습니다. 부디 세분이 즐거운 식사를 하시기 바랍니다.”

나는 위의 이야기를 듣고 책에서도 읽었는데 참으로 감동이 아닐 수 없었다. 죽은 아이에 대한 부모의 애뜻한 감정도 그렇고 그걸 이해해 주고 가족 나들이를 연출해 준 디즈니랜드 직원의 배려가 보통의 배려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이 에피소드가 사람들에게 구전되고 알려지면서 도쿄디즈니랜드는 단순한 놀이공원이 아니라 초일류기업으로 존경받게 되었다고 한다.

부부를 배려해 준 종업원의 행동을 보면 몇가지 배울 것이 있다.

첫째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우수하였다. 고객의 이야기를 잘 들었다는 것이다. 어린이용세트메뉴를 주문하면 보통은 그냥 알았다고 음식을 가져왔겠지만 살짝 희한한 상황이 발생하자 그는 손님에게 질문한 것이다.

혹시 무슨 일이 있냐고. 고객과 말을 주고 받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그는 고객의 사연을 잘 물어 보고 잘 들은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상황조치능력이 훌륭하였다. 부부의 가슴아픈 사연을 듣고는 곧바로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준 것이다. 음식값을 안 받는 것에만 그쳤다면 동정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는 어린이용 의자를 자리에 세팅하는 놀라운 연출력을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으니 디즈니랜드에 1년에 1,400만명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공원이 된 것이다.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갖추어 놓았다 하더라도 그 안에 감동이 없다면 사람들은 재방문하지 않는다.

사람이 제공하는 친절과 서비스는 감동으로 이어지고 감동은 고객을 열광하게 한다. 사람들은 같은 상품을 놓고서 좀 더 감동받는 상품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우선적으로 구매한다. 기왕이면 친절한 곳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서비스를 누리려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의외로 서비스를 잘 모른다. 서비스라 하면 그냥 덤으로만 생각하고 쓸데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들조차 서비스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면서도 돈을 많이 번 이후에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착각을 한다.

서비스를 다음과 같이 이해해 보자.

1. Smile for everyone. 모든 이에게 미소를 보내는 것

2. Excellence in everything we do. 모든 일을 최고로 해내는 것

3. Reaching out to every guest. 모든 고객에게 환영하며 다가가는 것

4. Viewing every guest special. 모든 고객을 특별하게 보는 것

5. Inviting guests to return. 고객이 다시 방문하시도록 하는 것

6. Creating a warm atmosphere.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

7. Eye contact that shows we care. 관심을 나타내는 눈맞춤

친절과 서비스를 상대방에게 제공하고 베풀어야 한다. 그러면 준만큼 돌아오게 된다. 우리가 혹시 남들에게만 받으려고만 한건 아닌지 생각해 보자. 우리가 약자라고 약하다고 받으려고만 한건 아닌지 모르겠다.

세상이 야박해져서 후원이 없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세상에 친절을 베풀고 서비스를 나누어야 한다. 그래야 무언가 돌아온다. 처음 본 사람들이지만 부부의 사연을 듣고 감동의 대응을 해 준 디즈니랜드의 종업원을 생각하며 우리도 감동서비스를 연출하고 실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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