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를 탄 해, 동화예술가 강혜숙

2011년 한 해가 12장으로 만들어진 달력과 함께 넘어가고 어느새 12월 한 장만 남았다. 올해는 또 어떻게 지나갔을까. 무엇인가 특별한 일이 있었나 싶다가도 결국, 1~2월은 상당히 추웠었고 4~5월에는 초록이 새롭게 피어났다.

 

7~8월에는 장마에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었고 9~10월에는 높아진 하늘 때문인지 공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12월의 어느 날이다. 4계절로 치면 겨울로 진입한 시점. 아무리 따뜻하게 옷을 끼워 입어도 작은 틈새로 스며든 찬바람이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그렇게 우리가 알 듯 말 듯 달력의 숫자와 함께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평범해 보이는 12월의 오늘에는 다른 명칭이 숨어 있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소설(小雪)을 지나 1년 중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대설(大雪)에 진입한 것이다.

 

서양식 달력에 익숙해져, 잊고 지냈던 24절기 중 하나인 오늘이다. 이로 인해 평범한 줄로만 알았던 오늘은 선조들의 지혜로 이룩한 조금은 특별한 날이 됐다.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을 통해 계절적 구분을 하는 것으로 입춘, 우수, 경칩, 하지, 동지 등 24개로 나뉜다.

 

얼마지 않아 동지(冬至)가 찾아온다. 동지는 1년 중 해의 길이가 가장 짧은 날로써 북반구를 기준으로 태양의 높이가 낮아서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기도 하다.

 

이제 그림을 보자. 복잡하게 얽혀있는 선들과 시각을 교란하는 선명한 색상들이 어지러이 놓였다. 작가 강혜숙은 24절기를 모티브로 ‘수레를 탄 해’ 연작을 총 12장 완성했다.

 

그 중 본 작품은 앞서 언급한 조금 특별한 오늘, 대설·동지를 주제로 한 그림이다. 강혜숙의 그림에는 작가를 상징하는 작은 왕자가 항상 등장한다. 그리고 왕자의 수호신인 검은 개 한 마리와 무엇이든 실을 수 있는 녹색의 수레가 나온다. 그림에서 왕자는 작은 그릇을 들고 서 있고 개가 끌고 있는 수레에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노란 해가 담겨있다.

 

왕자는 수레에 해를 싣고 12개의 별을 여행하기 위해 검은 개에게 팥죽을 쑤어 먹이려나 보다. 이는 절기에 따르는 세시풍속을 동화적 구성을 통해 나타낸 것으로 복잡해 보이지만 계절의 변화와 절기마다 이루어지는 풍습 등을 재미있게 구성한 것이다.

 

조두호 수원미술전시관 수석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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