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의 세계

학창시절 힘겹게 배웠던 한문, 성인이 돼 한시를 읽고, 접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시는커녕 책조차 읽기 어려운 마당에, 한자로 된 시라면 당연히 손사래를 치기 마련. 지식과 소양을 갖춘 고급 독자만이 누리는 문학쯤으로 여겨지던 한시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도통 알아볼 수 없었던 한자와 삼천포로만 빠지던 해석을 바로잡아주고, 시대적 배경과 저자의 생각을 곁들여 풀이하며 어느샌가 깊고 깊은 뜻을 파악하게끔 도와주는 책들이 여러 권이다.

 

한 자 한 자에 의미를 담아 엮어낸 한시는 수백년 전 선인들이 공들여 담아낸 멋과 향이 있다. 한해를 막바지에 두고 호젓한 시상 속 운치와 풍류의 세계에서 나 자신을 정돈하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옛 시정을 더듬어(上, 下) (손종섭著/김영사刊)

한문학계의 원로 손종섭 선생이 최치원부터 정약용에 이르기까지 옛 시인의 마음을 고스란히 되살려냈다. 신라에서 조선, 여류에 이르는 350수의 한시를 엄선해 우리말로 고스란히 되살린 한시 에세이의 명저라 할만하다.

 

대부분의 한시 평론이 문학적 완성도를 평가하는 데 치우친 데 반해, ‘옛 시정을 더듬어’라는 한시를 우리말로 담아내고, 작가가 시를 쓰게 된 계기와 과정까지 상세히 기록한다. 최치원의 ‘접시꽃’에 대한 해설에서는, 단순히 주목받지 못하는 꽃의 신세를 그린 것이 아니라 신라 사회를 개혁하고자 하지만 육두품이란 신분상의 벽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 시인의 마음을 빗댄 것으로 본다.

 

한글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옮겨낸 유려한 시 해석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시다. 우리 옛 시의 광대한 세계를 보여주며, 한문학의 투명한 옛 시 가락을 노래한다. 값 (각 권)2만5천원

 

■한시 미학 산책 (정민著/휴머니스트刊)

한시 기초 입문서이자, 비평서, 창작론, 문화론이기도 한 책으로 한시의 시향과 옛 글의 정취, 오늘날과 소통을 향한 여정을 담은 책이다. 동아시아의 한시 이론을 빌려 중국과 한국의 한시를 주제, 형식, 작법에 따라 스물네 개 주제로 분석하고 해석했다.

 

중국의 두보와 이백, 신라의 최치원, 고려의 정지상, 이규보, 조선의 이덕무, 이옥, 현대의 박목월, 조지훈 등 시대를 풍미했던 시인들의 작품이 실려 있다. 한시 미학을 논함과 동시에 시에 얽힌 시인들의 사연과 한시의 변천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초판 발행 이후 15년이 지나도록 꾸준한 사람을 받으며 ‘쉽고 편하게 고전 읽기’의 장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 책이다. 값 3만2천원

 

■한시에서 배우는 마음경영 (홍상훈著/새빛에듀넷刊)

고달픈 삶과 이를 이겨내기 위한 자기성찰, 삶에 대한 열정을 담은 시를 모아 해설과 함께 구성했다. 원문과 뜻풀이, 역사적 배경과 현대적 해설을 가미한 책은 일상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에 따라 목차로 분류, 감정과 상황에 따른 조언을 구하기 쉽도록 구성돼 있다.

 

총 4개의 대 주제 아래 10여개의 작품을 엮어, 고통의 순간, 감정을 이겨내기 어려울 때,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는 순간, 치열한 삶의 가운데 서 있는 사람들에게 한시를 통해 현실을 수용하고, 극복하는 조언을 조근조근 들려준다. 값 1만3천원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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