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모의시험 성적이 수강신청 조건?

아주大 전자공학부, ‘성적 미제출자 제한’ 이메일…A학부장 “의견 수렴” 해명

아주대학교 전자공학부가 학생들에게 대기업 신입사원 채용시 필요한 모의시험 성적을 수강신청 필수조건으로 내걸면서 학생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아주대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 전자공학부 A학부장은 지난 15일 해당 학부 3·4학년 400여명 학생에게 ‘대기업과 공기업의 모의 직무적성검사 성적 미제출 자에 대해 수강신청 자격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해당 메일에는 삼성, LG, SK, STX, CJ, 두산, 한화, 현대차 등 대기업과 공기업의 모의 직무적성검사 성적을 내지 않은 3·4학년 학생은 내년 1학기부터 전공과목에 대한 수강신청을 할 수 없게 되며, 졸업을 위해 주당 4시간씩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전공실험’ 참가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학부장은 이메일에서 ‘다만 졸업 후 중소기업 취업, 공무원 시험 등 다른 진로를 준비하거나 해외연수, 가사, 질병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학생은 다른 방법을 통해 수강 신청에 전혀 불이익이 없게 할 것’이라는 조건을 내달았다.

 

하지만 이 조건 범위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불이익을 우려한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학생은 이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취업이 중요하긴 하지만 노예로 전락한 기분이다. 강압적인 취업위주 교육에 회의가 든다”며 불만을 나타냈으며, 또 다른 학생도 “학생들이 목표로하는 분야가 다 다른데 대기업 위주로 수강신청을 제한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학생에 대한 혜택은 전혀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A 학부장은 수강신청에 제한을 두면서 사전에 필요한 학교 교무처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절차상의 문제도 제기됐다.

 

교무처 관계자는 “수강신청을 제한하려면 해당학부가 교무처에 승인을 요청해야 한다는 교칙이 있는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A학부장과 아주대 관계자는 “올해부터 어려워진 직무적성검사 시험에 떨어진 학생들이 많고 대기업 취업률이 낮아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는 차원에서 이 같이 했다”며 “학부모들에게 동참을 요구하는 내용의 메일도 발송할 예정이었던 만큼 강요보다는 의견수렴의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해당학과 수강신청은 내년 2월 중순 실시된다.

 

오영탁기자 yt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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