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순천만은 해가 기울고 있었다. 유람선도 가지 않고 나는 갈대숲을 조급하게 거닐다가, 동행한 M을 두고 산위로 치달았다.
결사적으로 뛰어 바다가 바라보이는 용산전망대 앞에 섰다. 잠긴 노을 아래 하얀 S자형 수로가 누드처럼 드러났고 연보라 빛으로 변한 갈대숲은 포근히 밤을 기다리고 있었다.
목적 달성에 의기양양하여 하산했으나 어둠에 파묻힌 M은 잔뜩 화가 난 듯했다. 여행에서만큼은 불가피한 이기심이 발동할 수밖에 없다.
후조가 엘 콘도 파사를 구슬피 연주하는 어두운 길을 나섰다. 올 한해도 저물었다. 회한의 길에 눈보라 같은 시 한 구절이 떠올랐다. ‘망년회가 끝난 뒤 우리는 갈 곳이 없었지.
함박눈은 쏟아지는데’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