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전반 상반기 ‘흐림’ 하반기 대체로 ‘맑음’

■ 내년 국내 경기 업종별 기상도

업종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상반기에는 힘든 경영 환경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고 하반기로 갈수록 글로벌 경기 회복과 맞물려 회복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전자업종은 올해의 극심한 불황을 털고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철강업종도 상반기에는 다소 부진했다가 하반기에는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종은 내년에도 발주 물량이 적을 것으로 보여 ‘적신호’가 켜진 반면 정유업종은 올해의 유가 ‘고공행진’이 내년에도 지속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자 “시황 개선 전망”

 

올해 극심한 반도체 불황과 LCD 가격 하락 등으로 힘든 한 해를 보낸 전자업계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전반적인 시황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반도체 사이클의 순환적 회복과 함께 모바일 산업 성장에 따라 가파른 이익 성장이 예상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경제상황의 불확실성뿐 아니라 대내외적 예측가능성이 떨어져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장기적일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CD 업황은 가격 하락이 둔회됐고 재고도 소진돼 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내년에는 최대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에는 일본 가전업체들의 판매부진 속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LCD TV 판매량은 올해보다 1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동차 “내수 위축…수출 증가”

 

자동차 업계는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내년 글로벌 자동차 판매가 올해보다 4.2% 늘어난 7천855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업계는 내수 부진의 위기가 계속되는 반면 수출에서 비교적 선방하면서 수출 비중이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공업협회는 소비심리 위축과 가계부채 증가, 국산차 신차 효과 약화, 수입차의 인기에 따라 내년 내수 시장이 올해보다 1.4% 증가한 15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은 글로벌 재정위기 확산과 원화 강세라는 악조건에도 한-EU,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신흥시장 공략도 강화해 3.9% 증가한 320만대로 점쳐졌다.

 

협회는 내년 국내 자동차 업계의 생산이 올해보다 3.1% 증가한 470만대 수준에 도달하고 전체 생산에서 수출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68.1%로 올해보다 0.6%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300만대를 처음 돌파한 국내 업체들의 해외 생산은 내년에 수출보다도 많은 335만대에 이르고 올해 국내에서 ‘10만대 판매 시대’를 연 수입차는 내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철강 “견조한 회복세”

 

한국 철강산업은 상반기에 다소 어렵움을 겪겠지만 하반기 상황이 개선되면서 전체적으로 견조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시장을 보면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재정위기에 따른 철강수요 약세와 중국의 긴축 완화에 따른 강세 등이 맞물려 돌아가는 가운데 수출은 올해보다 늘기는 하겠지만 그 증가폭이 둔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내수에서는 올해 철강사 재고와 유통 재고가 최고 수준에 달했다가 연말부터 다소 줄고 있지만 내년 초까지 재고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수기인 2분기부터는 수요가 점차 살아나면서 하반기에는 조선건조량의 증가세 전환과 기계 등의 회복세로 판재류 수요가 증가세로 바뀔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봉형강류와 강관 수요도 계속 증가함에 따라 전체 강재 내수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조선 “위기를 기회로”

 

유럽발 글로벌 위기로 선박금융 위축이 계속되면서 조선업계의 전망은 밝지 않다.

 

올 하반기 신규 수주 실적이 급감했고 선가도 뚝 떨어진데다 연말에는 선사들이 선박 인도를 연기하는 등 계약을 변경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준으로 세계 수주잔량은 6천195척(1억2천55만CGT)으로 지난해 말 7천851척(1억4천682만CGT)보다 감소했다.

 

이런 위기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기초가 탄탄한 ‘빅3’에게는 오히려 우위를 굳힐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유럽 선사들의 벌크선, 컨테이너선, 탱크선 등의 발주가 대폭 줄어든 반면,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드릴십,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 대해서는 국내 빅3가 강점을 갖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발주된 LNG 운반선 59척(116억달러) 가운데 49척(97억달러)을 한국조선사들이 수주했으며 고부가 선종을 중심으로 한 수주잔량은 ‘빅3’가 1~3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경쟁국인 중국에는 과잉공급 상태인 벌크선 등 저가 선박을 건조하는 소규모 조선소가 많아 이런 조선소가 구조조정 되면서 경쟁구도가 정리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유·유화 “호조 지속”

 

올해 정유 업종은 유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짐에 따라 호황을 누렸다.

 

유가 및 정제마진의 지속적인 상승과 재고평가 이익, 일부 상품 가격의 급등으로 정유 업종은 좋은 실적을 거뒀다.

 

정유는 내년에도 올해만큼은 아니지만 반도체 등 다른 주요 업종과 비교해 여전히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의 경기 부진과 신흥시장 성장률 둔화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아시아 지역의 양호한 수급상황에 따른 정제마진 호조 지속으로 정유사들의 이익은 안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석유제품의 공급 측면보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산업 고도화에 따른 구조적인 수요 변화, 고질적인 전력 부족에 따른 디젤 수요 급증 등으로 아시아 역내 정제마진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급 역량의 제한이 예상되는 내년에 석유제품의 신흥국 수요가 증가하면서 호조를 보인 올해만큼의 성장세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유화도 화학제품 신규 증설 감소로 수요성장률 둔화가 예상되지만 여전히 수요 증가분이 공급 증가분을 웃돌 것으로 보여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은 물론 터키,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가에서 폴리에틸렌(PE) 등 제품의 수요 증가세가 내년에도 여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최원재기자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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