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칼럼]공기업 비리, 지방의회가 감시하라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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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호 칼럼]

아주 고질적인 자치단체의 인사비리가 만연한 이유는 선출직으로 당선된 자치단체장의 막강한 권한에 기인한다. 자치단체장은 지역의 ‘소통령’으로 공공연히 불린다. 적절치 못한 인사권을 휘둘러도 견제하고 감시할 장치가 거의 없다. 정실인사가 특히 심한 곳은 지방공기업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5일 발표한 자치단체 산하 지방공기업의 직원 특혜채용 실태 점검 결과는 가히 인사비리 백화점이다. 예컨대 지자체장 측근을 특채하는 수단으로 전형절차를 자의적으로 바꾸거나 평가 기준을 특정인에게만 알려주는 수법을 쓴 사례도 적잖다.

 

84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채용시험에서 전 국회의원 수행비서(별정7급)를 일반직 4급으로, 44대 1의 6급 경력경쟁시험에서 시청 국장 자녀를 각각 특혜 선발했다. 별정 7급인 구청장 비서를 4급으로, 자격증을 위조해 전문직으로 특채하기도 했다.

예고된 인사비리

 

이런 인사비리는 문제가 제기된 곳에 대한 감사에서 확인된 것에 불과하다. 전국 373개 지방공기업 중 14곳만 점검한 결과다. 실제로 드러나지 않은 사례는 더 많을 터이다. 지방공기업의 정실인사는 무엇보다 높은 실업난 속에서 일자리를 얻으려고 애쓰는 사람들로부터 공평한 취업기회를 뺏는 불법행위다.

 

공기업의 채용비리는 이미 예고됐다.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방공기업 사장 10명 중 최고 9명꼴이 낙하산인사로 채워졌다. 임명권을 가진 자치단체장이 선거 때 자신을 도와준 사람이나 측근 아니면 코드가 맞는 사람을 임명한다는 것은 알려진 비밀이다.

 

지자체장이 바뀌면 임기가 남았는데도 알아서 물러나는 대표도 있지만 대개가 밀려나는 형국이다. 여기에다 지자체장과 같은 당의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의 입김도 적지 않게 작용한다.

 

이렇게 임명된 지방공기업 사장이 다시 내부적으로 코드 인사를 하는 것은 물론 외부의 청탁을 여과 없이 받아들일 것은 능히 예견되는 일이다.

 

감사원이나 국민권익위원회 등 감사기관의 강도 높은 감시·감찰 활동도 중요하지만 지방의회·시민단체 등이 주축이 된 감시장치를 조속히 도입해야 된다. 특히 지방의회 역할은 막중하다.

 

그동안 지방의회는 집행부와 같은 당이 주류일 경우 견제는 커녕 인사비리의 한통속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아 왔다. 오해를 불식시키는 차원에서라도 앞으론 집행부를 철저히 감시해야 된다.

막중한 지방의회 역할

 

작금 공기업들은 경영부실로 적자가 늘어나면서 빚을 얻어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137개 지방공기업의 부채가 5년 전 23조7천억여원에서 2010년 말 46조3천여억원으로 불어났다.

 

지자체의 재원을 늘리라고 설립한 지방공기업이 되레 국민의 혈세로 갚아야 할 빚만 잔뜩 졌는데도 방만한 사업을 자꾸 벌이려고 한다. 정실인사로 특채된 무자격자·부적격자들이 더 이상 공기업을 망치게 해선 안 된다.

 

대개 지자체장들은 감사원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문제점이 적발됐어도 대부분 시정 권고 등 솜방망이로 그치기 때문이다.

 

지방의회는 다방면으로 할 일이 많다. 지방의회가 시민단체 등과 협조해 공기업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국고가 거덜날 지경인데도 세비나 올리고 자고나면 자당이익과 정권유지·탈환을 목적으로 싸움질을 일삼는 국회는 절대 닮지 말아야 한다.

 

국회의원 배지와 지방의원 배지가 다를 게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진력하는 지방의원 배지가 훨씬 고귀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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