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길 - 미술평론가. 경기도미술관 교육팀장
아침부터 차들이 만원이다. 주말 동안 쉬고 월요일 출근이니 아마도 다들 휴식이 덜 깬 상태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작은 충돌이 있었던지 도로가 밀린다.
눈도 오지 않고 유난히 춥지도 않은데 차들이 미끄러진다. 새벽 추위가 만만찮았던 것일 게다. 이번 주는 겨울의 가장 깊은 날이 낀 한 주다.
24절기 중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인 대한(大寒: 큰 추위)이 있잖은가! 마침 대한이 지나고 이틀 후가 사실상의 임진년(壬辰年) 첫 새해다. 검은색을 뜻하는 임(任)과 용의 진(辰)이 만나 흑룡이 되었고, 이는 60년 만에 돌아온다고 하니 큰 축일이 있을 듯한 느낌이다.
흑룡의 해에는 여의주를 물고 대성할 인물이 많이 태어난다는 민담도 있으니 말이다.
오윤의 ‘통일대원도’(1986)는 민중들이 어깨춤을 추며 강강술래 하듯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태극의 띠를 형성한 모습이다. 위아래 할 것 없이 온통 춤의 난장이 펼쳐지는 이 그림의 우측 아래에는 푸른 곰이 있고, 좌측 위에는 붉은 호랑이가 있다. 단군신화의 두 동물이 서로를 보며 또한 춤을 추고 있다.
서로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한데 어울려 대동(大同)의 꿈을 펼쳐내는 이 장면은 분단조국의 통일세상을 염원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태극으로 흐르는 춤이 마치 거대한 용의 형상처럼 보인다. 그림의 상단부분이 용의 머리로 난장의 가장 힘찬 부분이라면 허리는 기운 상생의 에너지를 뿜는 심장의 북소리다. 소리를 따라 사물이 천지를 울리고 그 뒤로 농무와 민중들의 해학이 널뛴다. 황토 빛 바탕 위에서 흰옷의 사람들이 천지간에 서 있는 것이다.
한국 현대 목판화의 부흥을 이끌었던 오윤의 필법이 유화로 살아 올라서 새로운 현대미술의 장이 된 이 그림은 임진년의 새해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자주 우리의 조국이 분단되어 있다는 것을 잊는다. 흑룡의 해에는 부디 우리 조국과 우리 민족이 여의주를 물고 힘차게 승천하는 통일대원의 새날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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