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부署 한만호 경감 20년간 형사반장 타이틀 진기록 연안부두 살인사건 해결 ‘보람’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최불암의 ‘수사반장’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형사’라는 직업은 범인을 추격하는 강단과 우직함, 그리고 따뜻한 인간미까지 갖춘 경찰의 이미지를 심어줬다.
이런 이미지에 꼭 들어맞는 ‘형사반장’이란 타이틀로 인천에서 후배경찰 모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베테랑 형사가 있다.
인천 중부경찰서 소속 한만호 경감(58)이 그 주인공으로, 그는 1980년 26살 청년 시절 경찰에 발을 들인 이후 20년 동안이나 ‘형사반장’ 타이틀을 걸고 있던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경찰 조직이 개편되면서 그가 순경에서 경장, 경사, 경위, 경감으로 특진할 때마다 형사반장 역할이 계속 이어진 것이다.
강력반을 진두지휘하는 형사반장의 역할이 날로 중요해지면서 직급이 높아졌고 또 우연찮게도 그때마다 한 경감도 승진을 거듭했다.
한 경감은 1987년 전국에서 절도범 검거 1등으로 경장 특진, 1995년에는 수배자 검거 실적 전국 1등으로 경사 특진한 뒤 겨우 4년만에 범인검거 우수자로 경위특진을 했다.
‘강력반이 맡은 모든 발생사건을 처리하고 수사를 지휘해 범인을 검거하는 형사반장’답게 한 경감의 형사일지는 빼곡하다.
지금까지 잡아들인 살인범, 절도범, 폭력범 등을 다 세기야 어렵지만, 그는 “1년만 세더라도 365명은 넘는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꼬박 1년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범인과 사투를 벌여온 셈이다.
그의 형사수첩에 가장 어려웠던 사건으로 남아있는 것은 1989년 연안부두에서 내연녀를 돌로 쳐서 죽인 살인사건이다.
한 경감은 “한달여를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탐문수사에 매달린 끝에 범인을 잡았더니 그놈이 죄를 뉘우치기는 커녕 조서에 돌 크기를 좀 줄여서 적어달라는 뻔뻔스러운 요구를 해왔다”고 회상하면서 “살인사건 한 번 더 날 뻔했지”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또 “자기 남편을 죽인 여자를 잡아 교도소에 넘기는데 자신이 남편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오더라”며 “그땐 정말 형사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형사가 멋있어 보였다’는 단순한 이유로 경찰이 돼 인천 형사계에 빼놓을 수 없는 전력이 됐던 한 경감은 아쉽게도 지난달 형사계를 떠났다.
이달부터 송림지구대장을 맡은 한 경감은 “그래도 내 형사수첩에 해결하지 못한 미제사건이 없으니 아쉬움은 접어둘 수 있다”면서 “이제는 늦게라도 가족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남겼다.
인천=김미경기자 km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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