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이용 '대포통장', 이런 고객 의심...

보이스피싱 피해 늘면서 의심 고객엔 목적 등 묻지만 발급 거절엔 한계 ‘답답’

경기도내 한 은행 직원인 김모씨(43)는 통장 개설 업무를 하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0대 초반의 여성 고객이 통장을 발급하는 내내 전화로 누군가에게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통장 용도 등을 물어보고 통장을 사고 파는 행위가 보이스피싱 피해로 이어진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20대 여성은 친구에게 잠시 빌려주는 것이니 상관하지 말라는 대답으로 일관해 말릴 방법이 없었다. 김씨는 “불법적인 통장 거래가 의심되더라도 통장 개설은 개인 의사이기 때문에 발급을 거절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포통장’(타인의 이름으로 만든 통장)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피해가 증가하면서 통장 발급에 대한 은행 직원들의 업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는 총 8천244건, 피해액은 1천19억원으로 약 6만개의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판정돼 지급정지됐다.

 

이 때문에 은행원들은 단순히 통장만 발급해주던 과거와 달리 불법 통장 거래 의심 고객에게 통장 발급 목적, 보이스피싱 사례 안내, 계좌 모니터링 등에 나서는 등 불법 통장 거래 근절에 나서고 있다 .

 

하지만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대포통장을 사용, 한 계좌당 8~10만원 선의 사례금을 걸고 매매하고 있어 은행 차원에서 대포통장 거래가 의심되는 고객의 마음 돌리기가 쉽지는 않은 실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포통장을 산 사람을 물론 판 사람도 처벌 대상”이라며 “대포통장으로 인한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기 위해 통장 양도 이력이 있는 대상자를 DB화하고 금융업계에 공유해 금융 거래 등을 엄격하게 제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