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탐방] 경기도청 색소폰동호회

한번 불어 보세요… 사랑할 수밖에 없죠

공무원들 ‘S라인 악기’와 외도(?)…짬짬이 양로원 등 찾아 공연

경기도청 소속 공무원들의 외도(?) 현장이 목격됐다.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수원시 오목천동 중앙양로원 1층 로비, 중년 남성들이 섹시한 목소리에 황금색 몸매를 자랑하는 ‘애인’과 함께 환상의 하모니를 선보였다. 애인의 실체는 몸체는 금속이지만 소리를 내는 부분에 ‘리드’라는 나무로 된 재료를 사용하고 있는 목관악기 ‘색소폰’이었다.

 

경기도청 소속 색소폰동호회가 창설된 것은 2006년 1월이다. 현재 회원은 34명으로 회장은 복승규 환경정책과 팀장이 맡고 있다.

 

이들에게 색소폰은 소리가 커서 아무데서나 연습할 수가 없고 따라서 연습실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다. 다행이 2008년 제2별관 지하 2층의 민방공경보통제실이 소장재난본부로 옮겨간 뒤 그 방을 자치해 체계적인 연습이 가능해졌다.

 

연습실이 없을 때는 이곳 저곳 빈방을 찾아 헤매다 쫓겨나기 일쑤였고, 심지어는 휴일 다리 밑에서 연습하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2008년 4월 도청 벚꽃축제 때 회원 4명의 연주로 시작된 동호회 연주활동은 이듬해 벚꽃축제까지 도청 행사의 감초처럼 이어지며 실력을 키웠다. 그러나 본격적인 연주는 지난해 6월 중앙양로원 연주봉사가 처음이었다.

 

당시 1회로 끝내기로 했는데 양로원측에서 한 번 더 연주해 줄 것을 부탁해 지난해 12월 2번째 자선연주회를 가졌다.

 

이날 김회광 예산담당관실 사무관이 ‘울고넘는 박달재’를 연주할 때는 참석자들이 모두 합창을 했고 박준영 홍보담당관실 주무관이 ‘울고 싶어라’의 가수 이남이 스타일의 모자를 쓰고 뽕짝 메들리를 신나게 불어제치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플로어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동호회는 일주일에 한 번 정진남 평택고등학교 교사에게 색소폰을 배운다. 일주일에 한번이 적은 것 같아도 과제가 주어지기 때문에 진도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고교 졸업 후 음대에 가고 싶었으나 가정형편이 안 돼 음악을 포기해야 했던 색소폰 동호회 총무인 박찬돈 사무관은 “2~3시간 연습하면 기분이 상쾌해진다”며 “호흡을 깊게 해 밀어내야 소리가 끊어지지 않고 깨끗해지는데, 이게 단전호흡과 같은 효과를 내 취미와 건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색소폰이 최고”라고 말했다.

 

박 사무관은 지난 2007년 색소폰을 구입해 혼자 연습해왔으나 더 이상 실력이 늘지 않아 동호회에 가입했다. 처음에는 연습장을 못 구해 새벽에 노래방에 가서 연습할 정도로 색소폰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또 회장으로 있는 복승규 팀장은 동호회가 생긴지 5개월 후 악보도 볼 줄 모르는 상태에서 가입한 경우다. 매일 술 먹고 노래방 가는 생활에서 벗어나 뭔가 하나쯤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색소폰동호회 소식을 듣고 제발로 찾은 케이스. 처음에는 집에서 커튼을 치고 조심스럽게 1시간 정도 불었는데 민원이 들어와 바로 중단하고, 점심시간에 틈을 내 연습했다고 한다.

 

색소폰동호회 창단을 주도하고 동호회 멘토를 맡았던 송준성 여성능력개발센터 총무팀장은 “색소폰은 오감을 모두 동원해야 진정한 소리를 낸다”며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고 특히 정년 퇴직 후 마땅히 시간 보내기가 어려운 사람이라면 당장 덤벼봐도 좋을 것 같다”고 권했다.

 

글 _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 _ 경기도 정책 정보지 GLife 김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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