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오전 11시께 안양 실내체육관 보조경기장.
경기장은 핑크색 운동복을 맞춰 입은 채 ‘배구공’ 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아줌마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평균 나이 ‘40대 중반’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늘씬한 몸매와 팽팽한 피부를 가진 20여 명의 ‘아줌마’들은 턱밑까지 차오른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도, 얼굴에 ‘행복’ 가득한 미소를 한가득 머금은 채 경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공격이 성공할 때면 어린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코트 위를 ‘콩콩’ 뛰어 다녔고, 아쉽게 공을 받는 데 실패할 때면 운동장이 떠나갈 듯 ‘화이팅’을 외치며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휴식시간에 맞춰 아줌마 선수들에게 ‘배구를 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에 대해 물어봤다. ‘배구로 우울증을 치료했다는 대답’에서부터 ‘다이어트에 배구만한 운동이 없다’는 대답까지 각양각색의 답변들이 쏟아졌다.
밝은 표정으로 배구의 장점을 늘어 놓는 이들의 얼굴 위로 배구를 통해 건강과 삶의 활력소를 찾는 ‘생활체육인’이자 배구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배구인’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배구를 통해 활기차게 살고 있는 이들은 바로 안양시 관내 주부 20여 명으로 구성된 ‘안양 스카이 어머니 배구단’이다.
지난 2007년 10월 ‘안양시장기 어머니배구대회’ 출전을 계기로 결성된 ‘안양 스카이’ 배구단은 선수 출신이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은 ‘순도 100%’ 아마추어 팀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즐기는 자에게는 적수가 없다고 했던가’. 그 실력만큼은 결코 ‘아마추어’스럽지 않다.
전 현대건설 여자배구단의 간판스타였던 채순득 감독의 열정적인 지도 아래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한 ‘스카이배구단’은 지난 2009년 4월 경기도배구연합회장배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전국대회 우승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전국의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경기일보배 등 전국 대회에서 무려 ‘5번 우승’을 거머쥐며 명실상부한 ‘전국 최강 배구클럽’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뤄내기도 했다.
이 같은 성적에 힘입어 안양 스카이배구단은 지난해 여자 아마추어 동호회로서는 유일하게 전국배구협회가 수여하는 ‘우수단체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으며, 안양 스카이의 ‘전국대회 5연패’에 결정적 역할을 한 채순득 감독과 권연순 주장은 각각 지도상과 우수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생활체육 동호회의 모범’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안양 스카이 배구팀에게도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나 체육회 등의 지원없이 ‘100% 회비’로 운영되다보니 올해부터 규격이 바뀐 배구공을 구입할 비용이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 놓인 것. 하지만 아줌마들은 이처럼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화이팅’을 외치며, 오늘도 코트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신혜인 안양스카이어머니배구단 단장은 “스카이 배구단은 체육 활동 이 외에도 청소년선도위원과 어머니폴리스, 양로원 무료급식 등 다양한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운동하고, 또 운동을 통해 다진 건강으로 지역 사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