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조차 못가고 일만 꼬박 10시간

어느 ‘11개월 기간제’ 공영 주차관리요원의 하루

최저 임금… 식사할 시간도 없어  일자리 잃을까

자리도 못비우고 기본적인 욕구해결 가장 힘들어

14일 오전 11시께 인천의 한 지하철역 인근에 있는 공영주차장의 주차관리소.

 

3.3㎡(1평)도 채 되지 않는 주차관리소 안에는 A씨(40·여)가 홀로 앉아 주차장을 드나드는 차량을 지켜보고 있었다. 주차관리소에는 소형 라디오와 각종 주차 관련 서류와 함께 차갑게 식은 떡 한 그릇이 놓여 있다. A씨에겐 별도의 식사 시간이나 식비가 주어지지 않다 보니, 집 앞에서 산 떡으로 점심을 때우는 것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0시간 동안 홀로 주차장을 지키는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오는 4월까지 11개월 동안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기간제 계약직 주차관리원이다.

간혹 주차장 이용객의 ‘이름이 뭐냐. 시간 좀 내달라’는 불편한 농담이나 ‘요금 400원만 깎아달라’고 떼쓰는 것보다 A씨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화장실이다.

 

하루 3~4번은 생리적인 현상으로 화장실을 가야 하지만, 자리를 비울 때마다 민원 등의 걱정이 앞서 쉽지 않다. 특히 생리가 있는 날엔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더욱 심해진다.

 

비슷한 시각 인천의 한 시장 인근 공영주차장에서 일하는 B씨(여·50)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심한 감기몸살로 병원을 찾고 싶었지만, 대신 자리를 지켜줄 사람을 찾지 못해 약만으로 버텨내고 있다.

 

두 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통계조사원이나 대형마트 점원 등 각종 궂은 일을 해봤지만, 마음대로 아프지도 못하는 현실은 손님들의 무시하는 시선보다도 더 날카롭게 다가온다.

 

이들 모두 자리를 비우지 못하는 건 교대 근무자가 없는데다, 자칫 자리를 비웠다가 민원이라도 들어오면 계약이 해지되는 등 일자리를 잃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B씨는 “대체인력 없이 혼자 자리를 꼼짝없이 지켜야 해 기본적인 인간욕구를 해결하지 못할 때가 가장 힘들다”며 “최저임금을 받는 것도, 식비나 교통비가 따로 안 나오는 것도 다 괜찮다. 마음 편하게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yjunsa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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