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LH경기본부 실버사원 접수 첫날
독거노인·고위직 출신 등 361명 뽑는데 1천323명 접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실버사원 접수 첫날인 16일 오전 LH 경기지역본부 접수창구에서 만난 이영숙씨(가명·63·여·수원시 팔달구).
이마에 깊이 팬 주름살이 인상적인 이씨는 접수창구에 앉아 있는 직원에게 ‘업무를 잘할 수 있다’고 연실 강조하며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씨는 3년 전 위암을 앓던 남편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다.
남편은 생전에도 변변한 직장이 없어 이씨가 생계를 책임졌다. 빠듯한 살림에 보험회사를 다니며 열심히 살아 온 이씨도 세월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나이가 들어 보험사를 그만두게 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어려운 가정 살림에도 아들(33) 대학교육까지 시켰지만 불경기에 아들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까지 전단지 배포, 건설현장 잡부 등 일용직으로 일한 이씨는 “60이 넘은 노인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이번 LH실버사원에 꼭 채용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모씨(66·수원시 장안구)는 지난해까지 하루 4만5천원을 받고 서울 올림픽 공원 조경관리일을 하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후 구청 공공근로 등도 지원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하다 이번 LH 실버사원에 지원했다.
김씨는 “요즘 나이 든 사람들도 일을 하고 싶은데 일자리가 없다”며 “급여는 둘째치고 정부가 노인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애절한 속내를 털어놨다.
40년 동안 공무원 생활을 한 백발의 강모씨(70·용인시 기흥구)도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고위직 공무원까지 역임했지만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된 강씨에게 고위직 공무원 경력은 큰 도움이 못되는 듯 했다.
실버사원 361명을 뽑는 LH 경기지역본부에는 이날 1천323명이 접수해 이미 3.6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LH 경기지역본부 관계자는 “지원자 중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독거노인부터 고위직 공무원, 대기업 임원 출신 등도 다수 있다”며 “그 만큼 노인 일자리가 부족한 것을 반영하는 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LH는 17일과 20일 실버사원 신청을 받은 뒤 심사를 통해 오는 29일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선호기자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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