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호 칼럼] 보육교사들에게도 신경 좀 쓰세요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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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보통 하루 10시간 이상 아이들을 돌본다.

 

아침 7시께 출근해 저녁 6시까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아이들을 보살핀다.

 

대개 3~4살 아이들을 집 앞에서 태워오고 집에 데려다주는 등·하원 차량에 탑승하는 날엔 앞뒤로 한 시간씩 근무시간이 늘어나기도 한다.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평가인증 준비나 토요일에 열리는 어린이집 행사를 준비할 때면 밤 늦게까지 일한다. 온종일 아이들을 안아주고 달래느라 무릎·허리가 안 좋아지고, 간혹 울며 보채는 아이들 때문에, 잠시 한눈 파는 사이에 아이들이 다칠까봐 화장실도 마음 놓고 가지 못한다.

 

점심시간이라고 해도 애들 급식지도를 하다 보면 그야말로 밥이 입에 들어가는 지 모를 지경이다. 몸이 아파도 밤늦게까지 어린이집에서 일하고 있어 병원도 제때 가지 못한다.

 

그런데도 월급은 형편 없다. 가정형 민간 어린이집 월급의 경우 100만원 수준이다.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수년 간 일한 경력치곤 초라하기 짝이 없다.

 

1년을 일하든 10년을 일하든 민간 어린이집에서 받는 임금은 최저다. 임금이 워낙 적어 유아교육과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보육교사를 하고 있는 사람은 극히 적다. 젊은 보육교사들이 견디지 못해 그만 두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집 원장이 월급을 주는 민간 어린이집과 달리 정부 예산에서 월급이 나오는 국 ·공립 어린이집은 그나마 급여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박봉도 너무 지나쳐 부끄럽다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평균 임금은 2010년 기준 126만1천원이다. 평균 노동시간은 9.5시간이지만 실제 일하는 시간은 12시간에 가깝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지난 1월 13일 올해 보육 교직원 월급을 동결한다면서 “만 5세 누리과정을 담당하는 보육교사에게 월 30만원 씩의 수당을 3월부터 지원한다고 밝혔다. 1만 5천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지만 보육교사들끼리 싸움을 붙이는 꼴이 됐다.

 

0~4세를 담당하는 교사들에겐 아무런 수당이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육교사들의 반발이 여간 거세지 않다.

 

문제는 또 있다. 0~5세 아이를 맡은 보육교사 모두에게 ‘보육환경개선비’ 명목으로 5만원씩 지급할 예정이라는데 석연찮다. 17만여명이 대상이지만 현실을 잘 모르는 정책이다.

 

중앙정부의 지원액만큼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중 지원을 피하려는 조치이지만 보육교사들이 체감하는 처우개선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5만원이 보육교사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보육교사 통장에 직접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집으로 지원되기 때문이다.

보육교사 실정 잘 모르는 정부

 

지난 8일 전국의 보육교사 300여명이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개최한 ‘보육노동자 임금 동결 규탄, 노동조건 개선 결의대회’는 보육교사들이 ‘창피를 무릅쓰고’ 현실을 공개한 자리다. 집회에 참가한 보육교사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의 개선 없이 보육교사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힌 것은 당연한 주장이다.

 

보육교사협의회 등이 그동안 국·공립 어린이집 전면 확충을 통한 보육 공공성 실현과 1인당 아동 수를 줄이기 위한 보육인력 충원, 국·공립, 민간 어린이집 간 임금 격차 해소 등을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거의 아랑곳 하지 않았다.

 

요즘 정치권에서 부모들을 위한 무상보육 정책은 연일 쏟아내면서 정작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교사를 위한 정책적 배려를 외면하는 것은 모순도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생각해보면 어린이집 운영의 실체는 보육교사들이다. 국·공립,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임금격차도 당국이 조속히 해소해야 될 아주 시급한 일이다. 보육교사들은 어린 아이들의 엄마가 할 일을 어린이집에서 대신 하는 ‘제2의 엄마’들이다. 정부는 물론 모든 가정에서도 보육교사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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