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89% 대출 원리금 내기도 ‘막막’

전체가구 절반 이상 은행서 빚내… 32%는 “대출금 생활비로 사용”

회사원 신모씨(39)는 월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생활자금 대출금 5천만원에 대한 원리금을 내지 못했다.

 

게다가 7년 전 아파트를 구입한 뒤 이 마저도 제대로 갚지 못해 지난해 경매로 아파트가 넘어가면서 신용불량자가 됐다.

 

신용불량자가 된 이후 국내·외 시중은행 통장거래가 모두 막혀 통장 거래가 힘들어 사용 가능한 제2금융권 통장을 개설했지만 신용보증회사에서 수시로 거래 중인 통장을 지급정지 시켰다.

 

신씨는 어쩔 수 없이 친구 명의의 입·출금 통장과 체크카드를 사용 중이다.

 

신씨는 “돈을 모으기 위해 버는 것이 아니라 빚을 갚기 위해 일을 하는 것 같다”며 “통장거래마저 힘든 나같은 젊은 신용불량자는 결혼은 물론 노후대비도 상상할 수 없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계빚의 늪에서 허덕이는 서민들이 늘어나면서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가구가 89.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전국 2천3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1 가계금융조사’ 자료를 보면 생활비, 사업자금 등으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고 있는 가구가 전체의 54.0%를 차지한다.

 

이 중 생활자금이 부족해 대출을 받았다는 응답이 32%로 가장 많았고, 사업자금과 주택구입 목적이 각각 18%, 17%로 뒤를 이었다.

 

대출자들 중 3명 가운데 1명(31.1%)은 만기 때 대출금 일시 상환이 어려웠고, 원리금 상환 대출자 89.6% 역시 매달 내야하는 원금과 이자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은행에 신규대출 또는 만기연장을 신청한 가구는 22.5% 달했지만 대출조건이 맞지 않아 원하는 만큼 받지 못한 가구가 30%를 넘어섰다.

 

높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서민층 중 절반은 제2금융권을, 21%는 사채시장을 전전했고, 이 조건마저 충족하지 못한 19%에 해당하는 가구 19%는 대출을 포기했다.

 

한은 관계자는“신용대출자들 중 상당수가 만기 일시 상환 방식의 대출을 사용 중”이라며 “상대적으로 고금리로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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