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입금 되는 순간 계좌주 소유… 일정시간 내 지급정지 등 대책마련 시급
H씨(50·여)는 최근 ATM을 이용해 남편의 거래처에 1천800만원을 입금한 뒤 망연자실했다. 명세표에 다른 사람의 이름이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은행 창구 직원에게 알렸지만 이미 이체된 금액은 상대방이 돌려줄 때까지 돌려받을 수 없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중간 역할자가 된 은행의 도움으로 상대방과 가까스로 연락이 닿았지만 돈을 돌려주는 대가로 10~20%의 수수료를 요구해 난감할 뿐이다.
H씨는 “1천800만원을 당장 거래처에 줘야 물건을 받아오는데 상대방은 오히려 수수료를 내놓으라고 큰소리를 쳐 걱정”이라며 “계좌이체 실수도 보이스피싱처럼 일정 시간 내 지급정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처럼 개인의 부주의로 다른 사람의 통장으로 돈이 입금되더라도 바로 되찾을 수 없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7일 금융감독원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송금인이 실수로 돈을 보냈더라도 일방적으로 계좌이체를 취소할 수 없고, 수취인이 해당 금액의 반환을 거부하면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소송을 하면 이체금액 액수에 따라 재판은 최소 3~4개월, 수취인 재산 압류 15일 정도가 걸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실정이다.
더욱이 소유 재산이 없는 수취인이 이체 금액을 모두 사용했다면 상환 능력을 갖출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수취인의 통장이 이미 압류된 상태라면 해당 금액을 돌려받기가 어렵다는 것이 법률구조공단 측의 설명이다.
또 상대방이 돈을 임의대로 사용했을 경우 형법상 ‘횡령죄’에 해당, 고소가 가능하지만 형사고소는 처벌이 목적이기 때문에 잘못 입금된 돈을 전부 되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장에 돈이 입금이 되는 순간 계좌주의 소유로 간주된다”며 “범죄에 이용된 계좌이체 외에 개인의 실수로 입금된 금액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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