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나이만큼이나 시간이 늦게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책을 고를 때도 그렇다. 올해 열 살이 된 준이는 책을 고를 때 10분에서 20분은 기본으로 걸린다.
어른들과 달리 아주 천천히 글씨를 보는데다 무엇보다 급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준이가 책을 고르는 것을 유심히 보면 표지도 재미있어야 하고 제목도 그럴 듯해야 한다. 아이들은 딱딱한 하드지로 된 표지 보다는 말랑한 저가의 책을 쉽게 잡는다.
복잡한 그림이 있어도 전혀 복잡해 하지 않는다. 준이가 최근 고른 책이 ‘몰라쟁이 엄마’(이태준저-우리교육)와 ‘생각만 해도 깜짝 벌레는 정말 잘 놀라’(권윤덕 글그림-재미마주)다.
몰라쟁이 엄마는 한국 근대문학 태동기의 대표 작가 이태준 선생님이 어린이를 위해 쓴 유년동화와 소년소설만을 모아 새로 펴낸 어린이용 작품집이다.
주인공 노마의 질문에 몰라를 연발하는 엄마는 대부분의 엄마의 모습이어서 가슴이 뜨끔해 진다. ‘참새의 할아버지도 수염이 있을까’ 라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질문들이 “쿡쿡” 웃음짓게 한다. 그리고 새 식구가 된 강아지가 어미 개를 그리워 집을 나가 죽는다면 아이들은 통곡을 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 마음은 슬픔도 기쁨도 그대로 다 담아내는 힘이 있다.
어려운 책보다 쉽게 읽히고 긴 이야기보다 짧은 이야기를 읽으며 아이와 생각을 나눠 보자. 핵가족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엔 아이들도 각자 자기 방에서 잠을 잔다. 눈을 감으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생각나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그런 아이를 위해 잠들기 전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이야기를 읽어 주자.
그리고 ‘생각만 해도 깜짝벌레는 정말 잘 놀라’처럼 아주 복잡한 이름을 들려준다면, 그 이야기 꼬리에 꼬리를 물어 아이의 상상력을 더 커지게 마련. 책은 유아를 위한 그림 동화책으로 ‘생각만해도 깜짝 벌레’, ‘무서워도 꾹꾹 벌레’ 등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탄생된 벌레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신비롭다.
밤에 아이의 곁에서 한권의 책을 몇 번이고 읽어주는 엄마의 마음이 아이를 쑥쑥 자라게 해 준다.
전방하 동화작가·‘독서특훈하나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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