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집중… 명가 자존심 회복”
“지난 시즌의 실패가 좋은 약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특히 올 시즌은 K리그에만 전념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두겠습니다”
프로축구 2012시즌 개막을 앞둔 지난달 28일, 수원 삼성과 홍익대의 비공개 연습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전통의 축구 명가’ 수원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윤성효 감독을 만났다.
평소와 다름 없이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나온 윤 감독은 홍익대와의 경기를 날카롭게 응시하며, 선수들의 면면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때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운동장이 떠나갈 듯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작전을 주문하기도 했고, 느슨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에게는 호된 질책을 가하기도 했다. 실전 경기를 방불케 하는 팽팽한 긴장감이었다.
수원이 2-1로 리드한 상황에서 전반전이 끝난 뒤 ‘선수들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느냐’고 조심스레 질문을 던져봤다.
그러자 “아뇨. 그렇다기보다는 녀석들이 치열하게 플레이하지 않는 것 같아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연습 경기에서조차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한 채 선수들에게 치열함을 주문하는 윤 감독의 모습에서 올 시즌 K리그에 임하는 수원의 남다른 각오가 엿보였다.
사실, 지난 시즌 수원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트래블’ 달성을 향한 의지를 불태우다 결국 1마리의 토끼도 잡지 못하는 뼈아픈 결과를 맛본 것이다.
라돈치치·조동건-서정진·에버튼 영입 막강 화력 더하고 그물망 수비진 구축
우승 0순위 거론에 “심한 견제 예상” 신중
이를 만회하기 위해 수원은 올해 적극적인 선수 보강에 나섰다. 성남의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하던 라돈치치와 조동건을 영입해 공격진을 강화했고, 전북의 서정진과 브라질 용병 에버튼, 호주 출신 장신 수비수 에디 보스나를 영입해 수비진을 보강했다.
이같은 선수 보강 등에 힘입어 수원은 지난달 27일 열린 ‘K리그 2012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15개 구단 감독들로부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윤 감독은 올 시즌 수원의 우승 전망에 대해 말을 아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우승 후보로 지목된 만큼 다른 팀들의 견제가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성남과 서울, 전북 등의 전력이 만만치 않은 만큼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윤 감독은 “공·수 모든 면에서 전력이 강화됐고 괌과 오키나와 동계훈련도 성공적으로 소화했다”라며 “특히 올해는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 출전 없이 K리그에 ‘올 인’ 할 수 있는 만큼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반을 2-1로 마친 이날 경기는 결국 하태균과 조동건, 에버튼 등 주전들의 고른 활약 속에 수원 삼성의 5-1 ‘완승’으로 끝났다. 후반들어 한층 날카로워진 패스와 더욱 빨라진 움직임을 보며 ‘왜 수원이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고 있는가’를 절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윤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선수들에게 한명 한명에게 다양한 주문을 늘어놓으며,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K리그 우승을 통해 ‘축구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윤 감독의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절치부심(切齒腐心)’이라는 사자성어를 절로 떠오르게 하는 윤 감독의 모습 위로 올 시즌 K리그를 뜨겁게 달굴 ‘전통의 축구 명가’ 수원의 비상(飛上)이 그려지고 있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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