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김용서의 남경필 공격, 내용 없다

김종구 논설실장 kimj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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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4기 시장을 뽑는 2006년 지방선거. 재선에 도전하는 김용서 수원시장에게 위기가 왔다. 선관위가 선거법위반혐의로 김 시장을 고발했다. 당시 한나라당 공천 기준에 따르면 치명타다. 선거법 등으로 기소된 예비후보자는 공천할 수 없다. 이 기준으로 수도 없는 예비후보자들이 날아갔다. 바로 이 악재가 김 시장에게 터진 것이다. 모두들 김 시장 공천은 물 건너 갔다고 봤다. 제3의 후보를 찾는 준비도 공개적으로 시작됐다.

 

이때 남경필 의원이 나섰다. 수원지검을 찾았다. 검사장에게 ‘기소 사안이 경미하다. 만일 공천되더라도 검찰이 이 점을 양해해달라’고 읍소했다. 기필코 김 시장에게 공천을 주겠다는 의지이자 검찰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배려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한나라당 경기도당이 수원시장 후보를 발표했다. ‘김용서, 공천확정’. 자칫 역사에 기록될 수 없었던 ‘민선 4기 김용서시대’는 그렇게 남 의원의 응급조치가 있어 가능했다.

 

세상은 그런 둘 사이를 건강하게 보지 않았다. ‘남 의원이 김 시장으로부터 큰 대가를 받았다’며 손가락질 했고, ‘김 시장이 남 의원의 재산관리인이다’라며 비웃었다. 어느 것 하나 근거는 없었다. 하지만 ‘뻔한 것 아니냐’는 꼬리표가 붙으며 소문은 사실처럼 번져나갔다. 남 의원의 유별난 김 시장 후원이 몰고 온 여론이었다. 2010년 어느 날, 남 의원에게 물었다. “지난번 선거 때(2006년 지방선거) 김용서 시장에 상당히 집착했는데”. 답이 간단했다. “그때는 그게 순리였다. 정치는 순리를 따르는 것이고”.

녹취에 욕설, 맞출마까지

이랬던 두 사람이 2010년 지방선거를 끝으로 갈라섰다. 유명했던 밀월관계가 유명한 견원지간으로 바뀌었다. 남 의원을 향한 김 전 시장의 성토가 시작됐다. 남 의원 측 인사의 대화내용을 몰래 녹음하는 녹취사건이 터졌다. 남 의원을 손보겠다는 노골적인 협박도 이어졌다. 그리고 2년, 급기야 김 전 시장이 남 의원 지역구에 출마를 선언했다. 독설은 여전하다. ‘남 의원이 수원을 위해 한 일이 없다’ ‘1조2천억원의 국비를 따왔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남 의원측도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맞받아친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벌써 나왔을 법한데 보이지 않는 게 있다. 세상 모두가 ‘뻔한 것 아니냐’고 말하던 둘 사이의 ‘거래’다. 재산관리인이니 공천 대가니 하며 입방아에 오르던 그 ‘거래’다. 이것 한방이면 끝날 일이다. 그런데 없다. 몰래 녹취하며 치고받고, 국고유치 시비로 신경전하고, 욕설해가며 악다구니 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방법일 텐데 그게 없다. 김 전 시장의 표정에는 여전히 화를 삭이지 못하는 분노가 절절하다. 고의로 숨겨줄 만한 여유는 없어 보인다. 그러면 정말 거래가 없었다는 얘긴데. 세상이 단언하던 ‘뻔 한 거래’는 사실이 아닌듯싶은데.

‘돈’ 오갔으면 밝히든가

 

‘돈’이 훌륭한 정치인을 재는 전부일 수는 없다. 깨끗한 척 하면서도 능력 없는 정치인은 얼마든지 있다. ‘8년간의 의혹’ 말고도 정치인 남경필의 자격을 따져볼 항목은 수두룩하다. 그러나 ‘남경필 대 김용서’의 이전투구 문제만은 다르다. 두 사람만의 전쟁이 아니다. 수원지역을 갈라놓고 있는 총선 현안이다. 누가 배은망덕한 정치인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8년간의 거래 명세서’를 세상에 밝혀야 한다. 거래가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폭로하는 게 맞고, 그렇지 않다면 남 의원에게 지워진 오해를 덜어주는 게 맞다.

 

그때(2010년) 그 자리에서 남 의원에게 얘기했다. “나도 둘 사이에 거래가 있을 거라고 봤다. 그런데 둘 사이가 이 지경에 왔어도 돈 얘기는 없다. 결코 8년의 세월이 짧은 게 아닌데. 쉽지 않은 일인데. 앞으로도 돈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남 의원의 결백만큼은 평가하겠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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