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규모의 어린이 책 도서전 ‘볼로냐아동도서전’이 오는 19일부터 이틀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개최된다. 1963년 개최 이래 매년 규모와 위상을 더해가는 도서전에 올해에는 36개국에서 참가, 948작품이 출품됐다. 도서전에서 제정한 ‘볼로냐 라가치상’이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릴 만큼 권위를 인정받는 가운데, 최근 들어 한국 작가들의 성과도 두드러진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우리 작가들의 작품, 어떤 게 있을까.
■ 그리미의 하얀 캔버스(이현주 著 / 상그라필아트 刊)
흐린 겨울날, 그리미는 빈 창문에 그리기 시작한 눈이 점점 쌓이기 시작한다. 그 눈 속에 들어가 산책하던 그리미는 딱따구리 할아버지와 곰 아저씨, 청개구리 아가씨를 차례로 만나고, 그리미가 그린 하얀 눈밭에서 모두 신나게 논다.
책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소녀 그리미의 상상 속 이야기다. 실제 어려서부터 그리기를 좋아하던 작가가 주변의 자연과 사물은 무엇이든 상상의 문이 될 수 있다고 믿으며, 이를 독자들에게 알려주고자 그림책을 만들었다. 흔히 어떤 설명을 할 때 말로는 쉽게 이야기해도 구체적으로 시각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작가는 이에 대해 아이가 표현을 할 때 주저 없이 이야기를 만들고, 또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좀 더 많은 소통이 이뤄질 거라고 전한다. 그림의 대상이 멀리 있거나 어려운 것이 아닌, 주변에 있는 사물과 관찰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과 흥미로운 내용으로 어우러져 자연스레 다가온다.
볼로냐 라가치상 4개 부문 중 신인의 첫 그림책에 수여하는 오페라프리마에서 올해 우수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 마음의 집(김희정 著 / 창비 刊)
김희정의 글과 폴란드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으로 지난해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부문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책은 보이지 않는 마음을 현실의 공간 ‘집’에 비유해, 어린이들이 ‘내 마음’을 차근차근 돌아보도록 했다. 철학과 출신 작가는 낯설고 어려운 이야기를 친숙한 공간인 집을 통해 보여주고,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마음은 어떤 것일까?’, ‘마음의 주인은 누구일까?’라는 세 가지 질문을 건넨다.
집 모양이 제각각이듯, 마음의 집도 주인에 따라 다르다는 것, 창문과 방과 부엌이 있고, 어떤 이는 문이 꼭 닫혀 있어 아무도 들여보내 주지 않는다는 내용이 마음 깊숙한 곳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아이들이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위로와 배려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한국 최초로 라가치상 대상을 받은 책으로 ‘한편의 우아한 시와 같다’는 격찬을 받았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볼로냐 라가치상이란?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수여하는 아동문학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창작성, 교육적 가치, 예술적인 디자인을 기준으로 픽션, 논픽션, 뉴호라이즌, 오페라 프리마 등 4개 분야별로 대상 1권과 우수상 2~3권을 선정해 수여한다. 한국은 2003년부터 도서전에 참여했으며, 2004년 ‘팥죽 할멈과 호랑이’(조호상·윤미숙 著)와 ‘지하철은 달려온다’(신동준 著)가 국내 최초로 각각 픽션과 논픽션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2006년 ‘마법에 걸린 병’(고경숙 著)이 픽션 부문 우수상을, 2009년 ‘미술관에서 만난 수학’(김윤주 著)와 2010년 ‘석굴암’(최미란 著)이 논픽션 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마음의 집’이 논픽션 대상, ‘거짓말 같은 이야기’(강경수 著)가 논픽션 우수성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그리미의 하얀 캔버스’까지 총 8차례 수상경력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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