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도 원리금에 허덕…수도권 10가구 중 1.7가구 고달픈 ‘주택담보대출 인생’
주부 이모씨(52)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3년 전 안양지역의 105㎡형 아파트를 3억5천만원에 구입할 당시 은행에서 받은 대출 2억원이 짐이 됐기 때문이다.
남편 외벌이로 빠듯한 생활에서 매달 110여만원의 대출 원금과 이자가 빠져나가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다.
이씨는 집을 팔아 대출을 변제하고 전셋집을 얻을까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집 한 채 없이 노후를 살 수 있을까 막막하기만 하다.
이씨는 “명의만 갖고 있는 껍데기 아파트에 매달 100만원이 넘는 돈을 내며 월세를 사는 기분”이라며 “집이 있어도 빚더미에 앉아있는 이런 생활이 고달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들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서울·경기·광역시 2천가구를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한 결과 16.2%가 하우스 푸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담보로 빚을 낸 6가구 가운데 1가구는 하우스 푸어인 셈이다.
하우스 푸어의 기준은 원리금 상환액이 생활 소득의 30%를 넘거나 가용자산 대비 부채비용이 더 많은 가구인 것으로 연구소 측은 전했다.
집값이 지방에 비해 비싼 수도권과 경기지역의 하우스 푸어가 각각 17.4%, 18%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30대 19.6%, 40대가 18.9%를 차지해 50대(13.5%), 60대(11.2%)보다 상대적으로 생활고가 심각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하우스 푸어 3가구 중 1가구(64%)는 빚을 내고 구입한 집을 팔고 싶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들은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고 주택규모 변경과 경기 침체를 견디기 위해서 등이라고 응답했다.
연구소는 “올해 부채 상환 능력이 낮으면서 이자만 내고 있는 ‘부채상환능력 취약대출’이 전체 대출 중 26.2%를 차지한다”며 “올해 취약대출의 만기 도래 비중이 21.2%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해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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