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공자와 맹자의 종손들이 안동의 도산서원에 와서 참배를 했다고 하여 화제가 됐다. 우리 유학의 대가인 퇴계 선생의 사상이 이토록 존중받는다는 점에서 흐뭇한 일이다.
역시 우리는 문화를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훨씬 발전시켜 최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다른 엉뚱한 것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각 나라의 입장의 변화이다. ‘공자 말씀’이라는 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사회의 공동선을 실행하도록 하는 실용적인 사상이지만 지난 중국의 문화혁명에서 큰 상처를 입었던 적이 있다.
마오는 문화혁명 당시에 모든 전통도덕과 관습보다도 자신의 사상을 사회를 이끄는 중심 논리로 삼았는데 중국의 전통사상은 철저히 무시됐던 것이다. 문화혁명의 지도자들은 전통적인 가르침을 의심하고 파괴하는 것을 좋은 일로 장려했다. 이런 가운데 엄청나게 많은 전통건물, 공예, 서적 등의 전통문화유산들이 파괴돼 사라지게 됐다.
아마도 이 기간 동안 사라진 문화유산의 양은 천문학적인 것이어서 진시황의 분서갱유에 비견되기도 한다. 이 기간의 문화말살로 인해 중국의 전통적인 기술이나 예능 중에서 사라지게 된 것도 많고 이 기간 중에 중국을 탈출한 사람들에 의해서 외국에서 전수된 것도 있다고 한다. 계급투쟁의 와중에서 임금과 신하의 도와 부모와 자식의 도 등등의 유교적인 논리는 방해가 된다고 해 이를 상징하는 문화유산들을 철저하게 파괴하도록 선동했던 것이다.
전통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아
그런데 이제 공자가 중국에서 살아난 것이다. 물론 이미 마오의 문화혁명의 오류는 그의 사후에 중국 공산당에 의해서 철저히 비판받은 것이지만 최근 중국의 전통사상 존중 정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수 년 전에 경기도의 어느 향교가 ‘중국에서 선물로 주는 거대한 청동공자상을 받아서 향교의 정원에 세워도 되겠는가?’ 라는 질문을 하여온 적이 있다.
당시에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공자상을 선물하는 의도가 단순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사회가 변해도 전통의 가치는 사상을 막론하고 결국 사회가 살아가는데 핵심적인 자원이라는 것을 공자의 부활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세계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문화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문화는 모든 인식과 감성의 출발이기 때문에 문화의 보급과 토착화에 각 국가들이 여러 가지 노력을 들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의 한류라고 하는 것도 그러한 문화확산 전략의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고 이것으로 경제적인 부를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의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한(韓)류와 중국 화(華)류의 차이는 전자는 소나기식이고 후자는 봄비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토착화로 장기적 생명력 키워야
물론 역사의 깊이나 문화의 양으로 보면 우리가 급속하게 하지 않으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문화전파게임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토착화에 의한 장기적인 생존력의 차이를 가질 수 있는 문화의 확산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지난 2000년대 초반에서 시작돼 우리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됐지만 실제로는 훨씬 그 이전부터 해왔던 숨은 전략이었고 우리에게 드러난 것이 그 즈음일 것이다.
지난 90년대 초에 요녕성을 여행하면서 느낀 것이 고구려 등 고대사가 조선족의 잃어버린 역사가 됐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이미 그러한 과정은 오래전부터 진행해 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의 옷자락을 소리없이 적시게 만드는 봄비처럼 그러한 문화정책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봄비식의 문화확산을 더욱 확대해 가는 전략이 필요하고 또한 중국의 이 전략을 이기는 법은 우리의 전통문화의 가치를 봄햇살 같이 만들어서 널리 보급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배기동 전곡선사박물관장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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