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위 무서운 아이들 ‘전통강호 해결사’
2008년 프로농구 스타 홍사붕 감독 부임 이후 ‘만년 약체팀’ 변화의 바람
벌말초등학교가 지난 1일 열린 ‘제37회 경기도학생체육 농구대회’에서 ‘전통의 농구 명문’ 매산초를 물리치며 경기도 대표로 선발됐다. 지난 2010년, 창단 이후 최초로 경기도 대표에 선발된 데 이어 벌써 2번째 대표 선발이다. 사실, 벌말초 농구부는 불과 6~7년 전까지만 해도 정식 부원이 3~4명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팀에 불과했다.
이러한 벌말초가 불과 몇 년 만에 경기도 전체를 대표할 만한 전국의 ‘신흥 강호’로 자리 매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초, 농구대잔치 시절 중앙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역이자 SBS와 안양 KGC 프로농구 선수로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홍사붕 감독이 부임하면서부터다.
지난 4일 안양시 평촌동에 있는 벌말초등학교 농구장을 찾았다. 선수들은 능숙한 솜씨로 공을 컨트롤하며 자유롭게 코트를 누비고 있었다. 얼굴에 환한 미소를 한가득 머금은 채 공을 다루는 모습은 전문적인 농구의 길로 들어선 엘리트 선수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진심으로 농구를 즐기는 진정한 농구 동호인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초등학생 선수들인 만큼 승부에 집착하기보다는 농구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진정으로 농구를 즐기고 또 창의적인 농구를 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야말로 저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흐뭇한 표정으로 아이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던 홍사붕 코치는 설명했다.
홍사붕 코치는 그야말로 ‘농구 엘리트’ 출신이다. 전국 최고의 농구 명문인 인천 송도고에 진학해 이충희와 김동광, 강동희 등 ‘국보급’ 선수들을 길러낸 전규삼 감독 밑에서 농구를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홍감독은 전규삼 감독으로 부터 철저한 자율농구를 전수 받았다. 농구를 즐기는 선수만이 최고가 될 수 있고 또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는 스승 전감독의 믿음이 반영된 결과다.
“전규삼 선생님의 가르침을 제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보다 앞으로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는 선수를 길러내는 데 주력하고 있는 이유입니다”라며 홍 코치는 설명했다.
홍 코치가 부임한 이후 벌말초 농구부는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홍 코치가 부임한 지난 2008년 이후 1년 만에 전국대회 3위에 입상하며 이름을 알리더니 그해에만 전국대회 준우승 2회, 3위 3차례에 오르는 성적을 거두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벌말초는 지난 2010년 전국소년 체육대회에서 전국 3위에 오르며 신흥 농구 명문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홍 코치는 더 이상의 큰 욕심이 없는 듯하다. 홍 코치는 “대회는 아이들이 열심히 그동안 연습한 결과를 시험하고 또 더 발전하는 길을 찾기 위해 나가는 거죠. 성적에 집착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농구를 더 사랑하고 즐길 수 있도록 열심히 지도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진정으로 즐기는 자를 당할 자는 없다고 했던가. 모든 욕심을 뒤로 한 채 진정한 교육자의 삶을 택한 홍 코치의 모습 위로 한국 농구를 이끌어갈 슈퍼스타의 탄생이 그려지고 있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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