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순 “‘간기남’, 흥행하고 싶어 작정하고 찍었다”

‘오지전문 3D’ 배우. 박희순(42)은 스스로를 이렇게 부른다.

 

농 삼아 하는 얘기라곤 하지만, 엄살이 아니다. 실제로 영화로 무대를 옮긴 이후 그가 맡았던 역할은 동티모르와 호주 사막을 횡단하고, 뉴질랜드 허허벌판을 구르는 거친 일들이었다.

 

“출연료가 남들보다 저렴해서”라고 털털하게 웃지만, 이제는 고종황제건 건달이건 뭘 맡겨도 안심이 되는 배우로 통한다. 2009년부터 무려 8편의 영화에 쉼 없이 출연했고, 올해만 벌써 세 작품째다.

 

그런데 이번엔 ‘간통’이다. 아직도 독립영화의 향기가 배어있는 그와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소재. 가깝게는 ‘세븐데이즈’, ‘작전’ ‘혈투’ ‘의뢰인’ ‘가비’ 등 전작 속 캐릭터와 비교해봐도 “왜?”라는 물음표가 뒤따른다.

최근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난 박희순은 “흥행 한번 해보고 싶어서”라고 직접적으로 답했다. 흥행에 대한 갈증과 고민이 생각보다 깊은 듯 보였다. “저예산 영화를 마음 편하게 오가려면 일단 흥행 배우가 되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간기남’(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은 스릴러라는 줄기 위에 코믹과 멜로, 에로가 꽃을 피웠다. 작품성 보다 성인용 오락영화에 무게를 뒀다. 박희순 또한 “킬링타임용 영화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스릴러란 소재에 블랙 코미디스러운 분위기에 끌렸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스릴러의 탈을 쓰고 있지만 영화는 코믹 요소가 강하다. ‘대세’ 김정태, 이한위, 주상욱 등이 각기 다른 형사로 분해 곳곳에 웃음을 준다. 잘 나가는 조연들이 참여하다보니 “주연배우가 조연 스케줄을 맞춰야 할 정도”였단다.

 

박희순의 변신은 단연 돋보인다. 치밀한 두뇌회전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는가 하면, 허당기 있는 형사 ‘선우’로 종횡무진 스크린을 누빈다. ‘선우’는 간통전문 형사 역을 맡아 현장을 덮칠 준비를 하지만, 정작 자신이 미망인 김수진(박시연 분)의 팜프파탈 매력에 푹 빠지고 만다.

 

“완벽할 것 같지만 오지랖 넓고 허술한 캐릭터”, ‘세븐데이즈’ 이후 형사 역을 또 맡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여러모로 ‘간기남’은 그에게 또 한번의 터닝포인트가 될 작품이다. 관객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든 작품일 뿐 아니라, 상대 역 박시연과 대담한 러브신도 선보였다. 그렇게 ‘센’ 정사신은 처음이라면서도 빗속 키스신과 빈소 정사신은 리얼하고 화끈하다.

 

“아, 그거요? 박시연씨 결혼발표 난 후 촬영한 장면들이죠. 안 그래도 부담이 많았는데 ‘날 받아놓은 사람하고 이걸 하라니’ 정말 난감하더군요. 감독님은 ‘좀 더 야하게’ ‘좀 더 격렬하게’라고 외치지 죽겠는 거예요. 시연씨가 웬만한 남자들보다 성격이 좋고 털털해요. 무사히 찍었습니다.(웃음)”

 

연극계에서 12년, 영화계에서 10년. 쓴맛 단맛 다 본 세월이지만 “시계로 비유하면 아직 아점(아침겸점심)을 먹은 정도”라고 한다.

 

“아직도 정장을 쫙 빼입고 나서지 않으면 못 알아본다”거나 “팬들조차 박휘순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어 맘 상한다”는 소소한 얘기들은 친근한 배우의 매력을 새삼 느끼게도 했다.

 

“영화 10년 하면서 이것저것 다 기웃거려 봤어요. 독립영화부터 건달에 카리스마 넘치는 지적인 황제까지… 이제 나를 세워야 할 때가 아닌가 싶네요. 앞으로 10년은 천태만상의 그 경험들을 잘 운용하면서 연기하는 게 목표입니다. 참, 흥행배우가 되는 것도요.”

 

<협력사>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happy@mk.co.kr/사진=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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